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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최초 도입하자"…포르쉐도 뛰어들었다

by 이콘밍글

가상 변속기 탑재한 현대차 기술
포르쉐도 “눈 뜨이게 한” 혁신
2027 타이칸부터 적용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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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타이칸/출처-포르쉐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쉐가 전기차에 ‘가상 기어 시프트’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술로, 포르쉐는 지난 11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2027년형 타이칸부터 이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해당 기능에 회의적이었던 포르쉐가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는 현대 아이오닉 5 N의 주행 경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연 ‘가상 기어 시프트’의 문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에 ‘가상 기어 시프트’ 기술을 상용화했다.


해당 기능은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에 탑재된 ‘e-Shift’ 시스템으로, 실제 변속기가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변속 감각과 사운드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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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N/출처-현대차


이 기술은 운전자가 ‘버추얼 기어 시프트(VGN)’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며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처럼 출력이 끊기는 느낌과 함께 가속 사운드를 모사한다.


변속기와 클러치 같은 기계적 장치는 없지만, 주행 감성은 내연기관 스포츠카에 가깝게 느껴진다.


현대차는 이 외에도 N 브랜드 특화 기능인 N Active Sound+(가상의 배기음 제공), N Grin Boost(출력 일시 강화)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더 몰입감 있는 주행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유럽 시장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포르쉐의 변화 “이건 정말 잘 만들었다”

포르쉐는 그간 전기차에 인위적인 변속감과 소리를 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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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타이칸/출처-포르쉐


지난 11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비공개 딜러 컨퍼런스에서, 포르쉐는 2026년 하반기부터 주문 접수를 시작하는 2027년형 타이칸에 가상 기어 시프트 기능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2도어 스포츠 모델인 718 전기차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겨 타이칸에 먼저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기술은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며 실제 변속 장치 없이도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포르쉐 718 및 911 시리즈 개발 책임자인 프랭크 모저(Frank Moser) 부사장은 아이오닉 5 N 시승 후 “정말 정말 잘 만들었다”며 “eye-opening한 경험이었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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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타이칸/출처-포르쉐


포르쉐는 이 기술을 위해 자체 전기차 프로토타입에 시프트 포인트(변속 시점)를 시뮬레이션한 테스트 차량을 제작했다. 최종 튜닝은 자사 듀얼클러치 및 자동변속기 개발팀이 맡았다.


이에 대해 포르쉐의 한 시제품 차량 매니저는 “처음엔 인공적인 시스템이라 거부감이 들었지만, 실제로 주행해보니 토크 컨버터 기반 변속기처럼 자연스러웠다”며 기존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밝혔다.


2027년 타이칸, 첫 적용 모델… 기존 차량엔 미적용

가상 기어 시프트는 2027년형 타이칸에 처음으로 탑재되며 운전자가 원할 경우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도록 설계된다.


다만, 포르쉐는 이 기능을 기존 모델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출시된 타이칸 차량에는 해당 기능이 작동하기 위한 패들 시프터가 장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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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타이칸/출처-포르쉐


해당 기술은 포르쉐가 ‘버추얼 트랜스미션(Virtual Transmission)’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최초의 사례로, 내부적으로도 이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2027년형 타이칸은 새로운 버전의 PCM(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탑재할 예정이며 기존 카이엔 전기차에 적용된 인터페이스 요소 일부를 계승한다.


포르쉐 대변인은 해당 기술 도입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포르쉐는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 및 평가하고 있으며 시장성과 개발 결과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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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타이칸/출처-포르쉐


가상 기어 시프트는 단순한 재미 요소를 넘어, 전기차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내연기관차 특유의 변속감과 사운드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포르쉐가 기술적 자존심을 접고 현대차의 시스템을 참고해 자사 전기차에 도입하기로 한 결정은, 한국 자동차 기술의 진화와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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