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자동차/출처-연합뉴스
유럽에서 전기차 가격이 1700만 원 가까이 낮아졌다.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전례 없는 폭의 할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판매량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미국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가격 및 점유율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올해 들어 10개월 만에 200만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판매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 뉴 Q5 스포트백 TSFI 콰트로/출처-아우디
7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202만 2173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200만대를 넘어섰다.
주요 판매 국가는 독일(43만 4627대), 영국(38만 6244대), 프랑스(25만 418대) 순이며 이들 세 나라가 전체 유럽 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탄소 배출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조사들의 전기차 집중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흐름 속에서 테슬라는 유럽 고객을 겨냥한 강도 높은 가격 정책을 내놨다.
모델 Y 퍼포먼스/출처-테슬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10월, 전기 SUV ‘모델 Y’의 저가형 모델인 ‘스탠다드’를 유럽 시장에 새로 출시했다.
이 차량은 독일에서 3만 9990유로(한화 약 6840만 원)에 판매된다. 이는 기존보다 최대 5000유로(약 850만 원) 낮은 가격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기존 모델 대비 약 1만 유로(약 1710만 원)가량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동일 모델을 5000달러(약 730만 원) 인하해 판매했지만, 유럽 시장에서 할인 폭을 더욱 확대한 셈이다.
이처럼 유럽 내 가격 경쟁이 심화된 배경에는 전기차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 중국 시장의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가 대거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현지 브랜드들의 가격 방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델 Y 퍼포먼스/출처-테슬라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성장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BYD는 올해 1∼10월 유럽에서 13만 839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85%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은 0.5%에서 1.6%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도 유럽 시장 맞춤형 모델을 앞세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V3/출처-기아
기아 EV3와 현대차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 등 소형 전기차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현대차·기아는 올해 1∼10월 9만 9777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5만 1164대)보다 95% 증가한 수치로, 1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도 유럽 전략형 신차 출시를 이어간다. 기아는 내년 1월 벨기에 브뤼셀모터쇼에서 B세그먼트 전기 SUV ‘EV2’를 세계 최초로 공개할 계획이며, 현대차도 ‘아이오닉 3’를 내년 중 유럽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두 모델 모두 설계부터 개발, 생산까지 유럽 현지에서 이뤄지는 전용 전기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