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출처-르노
르노코리아가 27년간 이어온 중형 세단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마감했다.
1998년 출시된 SM5로 시작해 ‘국민 자가용’ 반열에 올랐던 SM6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단 라인업이 2025년 11월 SM6 단종과 함께 모두 사라졌다.
이는 SUV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외 자동차 시장 흐름에 따른 것으로, 르노코리아는 향후 SUV 라인업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가 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 QM6의 국내 판매를 이달부터 종료했다. 이로써 1998년 삼성자동차 시절 첫 승용 모델이던 SM5부터 이어져 온 중형 세단 계보는 27년 만에 끊기게 됐다.
SM6/출처-르노코리아
SM6는 2016년 3월 출시된 이후 9년 8개월 동안 총 15만 7176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전작 SM5의 누적 판매량 97만 6528대까지 더하면, 르노코리아 중형 세단은 총 113만 3710대가 팔렸다.
이들 차량은 중형차 대중화와 고급화를 동시에 견인하며 한때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를 위협하는 대항마로 떠올랐다.
특히 SM6는 출시 첫해인 2016년, 9개월 연속 중형 자가용 신규 등록 1위에 오르며 ‘국민 자가용’으로 불렸다. 디자인과 고급 사양이 인기의 핵심이었다.
프랑스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FAI)에서는 ‘2015년 가장 아름다운 차’에 선정됐고,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뽑은 ‘2017 올해의 차’와 ‘올해의 디자인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SM6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까지 2년 연속 국산 중형 세단 판매 2위를 유지했지만, 2019년엔 연간 판매량이 2만 4000여 대로 줄며 기아 K5에 2위 자리를 내줬다.
SM6/출처-르노코리아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소형차에 주로 쓰이는 토션빔 서스펜션의 탑재가 지목됐다. 승차감 논란이 커지자 2020년 부분 변경을 통해 서스펜션을 개선했으나, 판매량은 회복되지 않았다.
2020년 이후 SM6의 연간 판매는 1만 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급격히 사라졌다.
QM6 역시 2024년 9월 출시된 ‘그랑 콜레오스’에 자리를 넘겨주며 판매를 종료했다. 그러나 SM6는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면서 르노코리아의 중형 세단 라인업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현재 르노코리아의 국내 판매 차량은 ‘그랑 콜레오스’, 소형 SUV ‘아르카나’, 준중형 전기 SUV ‘세닉’ 등 3종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오로라 2 프로젝트’로 개발 중인 준대형 SUV가 추가될 예정이다.
QM6/출처-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의 세단 단종은 모델 철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세단에서 SUV로 완전히 기울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국산 SUV 판매량은 48만여 대로 전체 승용차 시장의 31.3%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43.3%로 처음 세단 점유율을 앞섰고 2022년엔 과반을 넘었다.
올해 1~10월 기준 SUV 점유율은 58.0%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세단 점유율은 28.7%에 그쳤다.
SM6/출처-르노코리아
세단의 입지는 좁아졌고,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연이어 세단 라인업을 정리해 왔다.
2017년 KG모빌리티의 체어맨을 시작으로 2018년 한국GM의 크루즈, 2019년 르노코리아의 SM7, 2020년 SM3, 2023년 쉐보레 말리부, 2024년 기아 K3까지 후속 모델 없이 사라졌다.
이런 흐름은 르노의 본사인 유럽 시장도 마찬가지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SUV가 신차 중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0%에서 2023년 51%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르노도 2022년 마지막 세단 모델 ‘탈리스만’을 단종시킨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르노 본사에서 세단 신모델이 없어 르노코리아도 후속을 들여올 여지가 없다”며 “당분간 르노코리아에서 세단을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