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Y/출처-테슬라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일본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차량 주행 중 대형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행위가 운전자의 주의력과 차량 제어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ACM 사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및 기술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은 대형 터치스크린 중심의 실내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EV3/출처-기아
물리적 버튼 대신 디지털 메뉴가 대체하면서 차량 내 인터페이스는 점점 더 미니멀해지고 있지만, 이 변화가 운전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돼 왔다.
워싱턴대와 도요타연구소의 공동 연구진은 1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고정밀 운전 시뮬레이터 실험을 진행한 결과,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순간 차선 이탈 빈도가 최대 42% 증가하고, 화면 조작 정확도와 속도는 정지 상태 대비 58%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들은 운전 중 숫자를 듣고 기억하는 기억력 테스트를 병행했다. 이는 실제 주행 중 운전자의 뇌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지를 재현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그 결과, 뇌에 과부하가 걸릴수록 운전자는 화면을 보기도 전에 손부터 화면으로 뻗는 ‘눈보다 손이 먼저(hand-before-eye)’ 행동이 증가했으며 화면을 쳐다보는 시간조차도 26.3% 줄어들었다.
운전 중 화면 조작이 어려울 때 가장 흔히 떠오르는 해결책은 버튼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랜저/출처-현대차
운전자가 이미 손을 먼저 뻗는 행동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화면을 눈으로 따라가는 시간이 병목이 되기 때문에, 단순히 버튼을 키우는 방식은 유의미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운전자의 인지 부하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시스템이 운전자의 주의 분산 상태를 감지하면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을 전면에 노출하거나, 불필요한 요소를 자동으로 숨기는 방식의 인터페이스 설계를 제안했다.
또 메뉴 구조 단순화, 버튼 접근성 개선 등 구체적인 설계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모델 Y/출처-테슬라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차량 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가 실제 운전자 행동을 반영한 설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테슬라식 미니멀 인터페이스처럼 물리 버튼을 대부분 제거한 차량 구조는 향후 주행 안전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구에 참여한 워싱턴대 제이콥 워브록 교수는 “이번 연구가 향후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차량 인터페이스 설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