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본격화하며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간 테슬라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을 시도했으나 성공적인 양산 사례가 없었던 가운데, 현대차의 이 같은 행보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는 최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보급형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차체를 결합하는 CTV(Cell to Vehicle) 구조를 도입해 부품 수를 줄이고, 배터리 집적도를 개선함으로써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냉각 기술 고도화로 배터리 시스템의 열 전달 성능을 최대 45%까지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내재화가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양산 과정에서 수율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배터리 개발 자체보다 대량 생산에서 발생하는 불량률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며, 테슬라도 여전히 배터리 내재화의 난관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를 발표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수율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연말까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체 생산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역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브랜드들은 여전히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자회사 파워코를 통해 자체 배터리 밸류체인을 설계 중이다. 중국 CATL과 기술 제휴를 맺은 포드는 북미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추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GM과의 합작을 통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공장을 설립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함께 JV공장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온 또한 현대차와 협력해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 공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9, 기아 EV9 등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물론 배터리 업계와의 협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전기차의 원가 중 배터리 비중은 약 40%에 이르는 만큼, 배터리 자체 생산 시 이익률이 높아지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량 배터리 내재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의 전량을 자체 생산하기에는 기술적, 비용적 부담이 크다”며 “결국 일부만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는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대차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전기차 시장의 향방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