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런 날이었다.
햇살은 무덥고, 마음은 조금 헝클어져서
어디든 떠나야만 할 것 같은 하루.
손풍기 하나, 양산 하나만 챙겨
그저 무작정 역으로 향했다.
비가 올 듯한 흐린 하늘,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왠지 오늘은,
조금 괜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택시에 올라타 조용히 말했다.
“오늘... 제일 예쁜 바다로 데려다주세요.”
잠시 망설이시던 기사님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강릉 안목해변이 제일 예쁘죠.
거기 가서 커피 한 잔도 하고 오세요.”
달리는 차 안,
창밖 풍경이 물결처럼 흘러가던 그 순간
라디오에서
Coldplay의 Feelslikeimfallinginlove가 흘러나왔다.
기분이, 이상하게 설레었다.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준비해둔 하루 같았다.
해변에 도착했을 땐
햇살도 조금 더 부드러워져 있었고,
눈앞엔 부서질 듯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파도 끝에 살짝 발끝을 담갔고,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말없이, 한참 동안...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다정한 안내와
바람의 손길에 이끌려
오늘, 가장 예쁜 바다 앞에 앉아 있었다.
마치 운명이 바다를 빌려
잠시 나를 안아준 것처럼.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걸어서 피곤했는데도
어두운 창밖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그저...
잠들고 싶지 않은 그런 밤이었다.
조금 전의 그 바다, 그 느낌을
조금만 더 오래 붙잡고 싶었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