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들여다본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건 또다시 어둠 앞에, 무기력한 나를 세우는 일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한 순간에도,
두려움은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나를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문득 이런 말을 연습해 봤다.
“비록 팔 하나는 잘 못 쓰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사를 다시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조금은 부풀었던 마음이었다.
하지만 곧 또 다른 말들이 나를 덮쳤다.
“일도 제대로 모르는 신입인데
게다가 팔도 제대로 못 쓰는 너를 누가 받아주겠어?”
“가장 편한 부서에서도 거절당했던 너잖아.”
“누가 너랑 일하고 싶어 해?
넌 또 미움받으며 이곳저곳 떠돌게 될 거야.”
그 말들에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나는 또다시 무기력감과 공포 속에 갇혔다.
곰인형을 끌어안고 겨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엔 불안이 나를 삼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잊을까 했다.
너무 아픈 기억이니까.
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그 끔찍한 고통이
또다시 나를 무너뜨릴까 봐,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마음의 상처는 덮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벌어진 상처를 내 손으로 다시 파헤쳐
피가 철철 흐르더라도,
그 안의 뼈까지 보고 돌아와야
비로소 아물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피 묻은 손으로 그 상처를 들여다본다.
두 번 다시는 어둠이 몰려와도
나를 삼키게 두지 않기 위해서.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내 상처를 껴안는다.
다신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서져도 괜찮은 나라는 걸 알아서다.
무너지는 순간마다,
나는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피 묻은 손으로, 다정하게.
더 이상 누군가의 시선에 나를 맡기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내가 나를 끌어안을 차례다.
고통마저 나의 일부로 안고,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내가 견딘 모든 날들의 증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