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살아있네 우리

by 윤슬하


살아남으려 애썼다.
무너진 날들 속에서
하루를 겨우겨우 붙잡으며,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했다.

“이 고통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이건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이겠지.”

나는 그렇게 믿으며,
눈물 젖은 베개 위에서
작은 희망 하나라도 붙들고 버텼다.
그래야 겨우 하루를 견딜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의미 없는 일도 있어요.”

그 말은 너무 아팠고,
처음엔 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가 견뎌온 모든 시간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은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그 어떤 방향도, 의미도 없었다.
아무도 나를 위한 설계 따윈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득 깨달았다.
스승들이 왜 침묵했는지를.

그들은 알고 있었다.
말로는 닿지 않는 진실을.
그 어떤 문장도,
그 무의미의 깊이를 전할 수 없음을.

그렇게 나는 조용히 살아가기 시작했다.
더는 세상이 내게 방향을 말해주지 않으니,
그저 내 걸음이
곧 나의 방향이 되었다.

나는 내게 묻고,
내가 내게 답하며
하루를 조용히 건너기 시작했다.

삶에 의미가 없다는 건
내가 의미를 줄 수 있다는 뜻이었고,
삶에 방향이 없다는 건
내가 나라는 나침반을 품었다는 뜻이었다.

그건 공허가 아니라,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조용히 마음을 연다.
“오늘도 살아있네, 우리.”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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