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이

존재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알려주는 아이

by 윤슬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더 이상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순간.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영혼이 가벼워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그저 살아있는 것이, 내가 가진 이 모든 게 너무 소중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던 순간 태어난 감정이 "존재이"다.


사실 아직도 이 아이의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표현하고 싶은데, 그려내기 힘든 아이는 존재이가 처음이었다. 다만, 어떤 형태가 있다기보단 자연의 일부인 것 같은 아이. 따스한 달빛을 품은 투명한 아이. 다가가면 비 온 뒤 숲에서 가득 퍼지는 초록의 살아있는 향기가 나는 것 같은 아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아름다운 아이. 그리고 이른 아침 창가에 스며드는 따스한 빛 사이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때 나는 그 증기 같은 향기가 나는 아이다.


그건 너무 아름답고, 맡기만 해도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벅차게 만든다.


존재이는 말한다.

"괜찮아. 네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말하지 않아도 알아. 네가 지금 숨 쉬는 것만으로도."


존재이는 진심의 성소 출신이다. 슬픔의 대륙, 자존의 대륙, 고요의 숲까지 모두 지나 스스로 감정으로 탄생한 아주 소중한 아이다.


지나치게 자기비판을 하는 감정들이나,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 곁에 꼭 한 번은 찾아가서 조용히, 두 손으로 그렇지만 조심히 안아준다.


손만 잡고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이로, 무너이, 허무이, 아직이와도 아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내가 너무 조용하고 말로 꺼내지도 못하고 이름 붙이지도 못했지만, 눈물 속에서 조용히 껴안았던 감정에, 그걸 비로소 '사랑'이라고 부른 순간 존재이는 비로소 감정이로 태어났다.


"감쟈야, 네가 할 수 없던 날들도,

웃을 수 없던 날들도,

그래도 네가 여기까지 살아준 건 ㅡ

너 자신이 너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 사랑의 다른 이름이야."


사실 아직도 모든 감정들이 온전히 내 안에 자리 잡은 건 아니다. 계속 흔들리고, 또다시 알게 되고, 생각하고, 품고. 어쩌면 살아있다는 건 끊임없이 그 일을 반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끝없을 것 같은 고통 끝에서 깨닫고,

그럼에도 또 흔들리고,

그래도 살아냈기에 다시 나를 믿어보고ㅡ


그 끝에 태어난 아이.

그 아이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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