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물들지 못한 낙엽도 언젠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by 윤슬하


바람이 점점 손끝을 만지는 숨결이 차가워져만 가는 계절입니다.
밖을 나설 때면 몇 번이고 옷장을 열었다 닫으며,
두께가 다른 옷들을 번갈아 걸쳐보다가
그제야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은 옷을 입고 현관을 나섭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한껏 움츠리게 되는 참 곤란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예전 같으면 곱게 물들었을 단풍들도
너무 뜨거웠던 지난여름의 고단함에 지쳐,
올해는 색조차 머금지 못한 채 떨어져 내립니다.
가을이 분명히 스쳐 지나갔건만,
그 흔적은 길가를 가득 메운 낙엽이 조용히 알려줄 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과거의 아픔마저 예쁘게 피워낸
노랑과 붉은빛의 잎꽃들이
유난히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은 계절이 되어가는 요즘
나는 고운 빛들이 그저 고맙고, 자꾸만 눈길 머뭅니다.

그러나 여전히
빛조차 품지 못한 채 바닥에 고요히 누운 잎들에게는
아직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마, 내가 지금 그 속에 함께 누워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기에, 묻고 싶어 집니다.
언젠가—
그 잎들조차 아름다웠다고,
살아내느라 정말 수고했다고,
차마 그 삶이 너무 고단해 피워내지 못한 너의 색 또한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그렇게 말해줄 날이
과연 내게도 올까요?

깊어가는 이 계절의 끝자락에서
나는 오늘도 또다시, 조용히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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