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 수 없던 자리에서
타인의 일을 바라볼 땐,
명백히 누군가가 잘못되었고ㅡ
이제는 거기서 벗어날 때라
단정적으로 말하곤 했다.
트라우마라는 건,
근데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나의 경계를 침범당하고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 오고
나의 생계가 걸려있는 곳에서
나는 나를 지키지 못했고ㅡ
그 기억이 여전히
가슴속에 쿵쿵거리며
오늘도 심장소리를 지척에서 듣게 한다.
진료차트에 적힌
나의 증상은 제삼자가 보기엔 그저
한 줄짜리 문장일 뿐인데
그 한 줄짜리 문장이 왜
내 삶에 이런 영향을 주는 건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
내가 나를 지키겠노라 말하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인지ㅡ
어떤 역할도 없이
그저 나란 사람으로만 서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참ㅡ
힘든 일이었다.
그러기에 나는 또다시ㅡ
함부로 조언하던 나를
되돌아본다.
나는 정말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나부터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
감히ㅡ
조금 안다고 무언가 함부로 말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