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는 차가웠고,
법이 필요한 건 증거였고,
내가 바란 건 내가 무너진 게 나 때문이 아니란
그 사실을 확인받는 것뿐이었다.
그때의 나는ㅡ
나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상대를 믿었고,
믿음의 결과는 온전히 무너져 내린
나 자신이었다.
이걸 다시 타인이 잘못했음을
직접 증거 없이 시작하는 일은
막막하고ㅡ
진단서 3장뿐인 내게
그 과정을 복귀하는 건 마치
그때의 너는 왜 너를 지키지 못했어?
라며 비난하는 일 같이 느껴졌다.
사람은 선하다는 기본 전제를
바닥부터 갈아엎고ㅡ
그럼에도 내가 너무 예민한 게 있지 않았나
또 되돌아보고
돌고 되돌아 수십 번 곱씹어
모두를 이해하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남았을 때ㅡ
그렇게 7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타인의 잘못이었다
그리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래도 여전히 증명의 나의 몫이었고,
남은 건 아픔이었고,
필요한 건 또다시 관계였다.
포기하면 편할 거란 걸 알지만,
실패하더라도 내가 나를
또다시 버리지 않았다는 걸
그게 제일 내게 필요하다는걸
그걸 알아서
나는 또다시 이 고통을 감수한다.
다시 하라면 아마ㅡ
다시 못할 이 순간의 선택이
다음부터는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나를 버리지 않는
그 힘의 기초가 되어줄 거라
그리 바라본다.
“실패하더라도
내가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