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 되어가는 이 계절,
눈이라고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던
나의 고향길에 내려앉은 하얀 세상은
하루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따스한 햇볕 아래
자그만 흔적만을 남겼다.
오랜 시간 작은 안부를 나누던
길 위의 친구들에게는
1년의 시간이 사람보다 더
빠르게 흘러갔나 보다.
한 번도 살랑인 적 없던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노견의 눈빛은
그 또한 자신에게 정을 주던
작은 이를 향한 그리움의 잔상일까.
길 위에 홀로 선
작은 고양이는
붙잡아 줄 손길을 바라면서도
떠나는 발걸음을 따르다
문득 멈춘다.
수없이 바라본
뒷모습 끝에는
이미 알면서도 놓지 못한
체념이 서 있다.
그래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 계절에
누군가는 그리움을,
누군가는 꿈을,
누군가는 사랑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하루를
자신의 색으로 피워내며,
그렇게 또다시
세상의 계절은 변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