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엔 너무 다정한 나를 위해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휴가를 내고 무작정 떠났다.
숨을 고를 틈조차 없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냥, 여기만 아니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가방을 메고, 빈 방 하나를 예약한 뒤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가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더 고요히 가라앉았다.
겨울바람은 매서웠다.
목도리를 꽁꽁 동여매고, 모자끈을 조여도
살을 파고드는 찬바람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런데도, 나는 한참을 바다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눈부시게 시린 바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매서운 바람.
그리고 그보다 더 무너져 내린, 내 마음.
그 마음은 머물 곳을 찾지 못해
부서지는 파도에 맡겨져, 함께 요동쳤다.
쏴—아, 퍽!
그때마다 마음속 절망이 함께 부서졌다.
무언가를 바란 건 아니었다.
그냥, 그곳만 아니면 좋을 것 같았다.
“아빠, 아빠—이것 좀 봐. 너무 예쁘다!”
적막을 깨는 맑은 목소리.
행복한 가족, 따뜻한 온기.
부러움일까, 그리움일까.
아이의 웃음은 바다보다 눈부셨지만
그 빛은 내게 닿지 않았다.
나는 애써 힘주어 눈동자를 돌린 채,
그 장면을 억지로 흘려보냈다.
처절한 마음이
말조차 하지 못한 채—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나만, 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