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수록 좋아질 줄 알았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상태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엄마가 나에게 화를 냈던, 단 한 번의 날.
나는 밥조차 식탁에서 먹을 수 없었다.
말을 들은 것도 아니었고, 상처 주려던 말도 아니었다.
그저—내 안의 불안이 감당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엄마를 피해
집에서 가장 먼 현관 앞에 쭈그려 앉았다.
식은 밥을 한입, 두 입 먹으며
나는 작아지고 또 작아졌다.
세상에서 나를 지키듯,
몸을 둥글게 말았다.
내 존재가 작아질수록
불안도 작아질 수 있을까, 하면서.
엄마는 곧 사과하셨다.
그리고 내가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조용히 집을 나가주셨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현관 앞에서, 그 자리에서 밥을 먹었다.
결국 나는,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휴직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내 것 같지 않았고,
가슴은 나를 끌고 도망가려 했다.
이번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회사로 가는 길,
걸음마다
내 몸은 땅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가방끈을 꼭 붙잡고 걸었다.
살아야 하니까.
살고 싶으니까.
살아내야 하니까.
회사 문 앞에 섰을 때,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덜덜 떨리는 손.
가슴 한가운데,
그보다 더 크게 뛰는 고동.
철컥.
문을 열었다.
인사차장님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셨다.
무슨 말을 하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울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손끝이 떨리는 채로
서류를 작성했다.
서류를 내고,
그래도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곧장 회사를 나섰다.
밖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벤치에 주저앉았다.
숨이 가빠왔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참았던 눈물이
그 자리에 와르르 쏟아졌다.
조용히, 스스로를 토닥였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그것만으로도 잘 살아낸 거야."
그날 이후,
상태는 더 나빠졌다.
사람들이 무서웠다.
말을 거는 사람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누가 나에게 말을 걸면
나는 그 자리를 서둘러 피하고 싶었다.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손끝은 여전히 떨렸다.
심장은 계속 빠르게 뛰었다.
그래서 나는
가방끈을 더 꽉 붙잡았다.
그건 마치
세상과 연결되는 마지막 끈 같았다.
그렇게 회복이란
간신히 낸 용기 하나에
절망 열 개를 얹어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가는 수밖에.
용기 내는 수밖에.
그게 내가 유일하게 아는
살아내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나를
진짜로 살리는 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