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엔 너무 다정한 나를 위해
지독히도 외롭던 어느 날,
나는 사람의 결로는 닿을 수 없는
아주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
그곳은 말도, 손길도 닿지 않는 곳.
그 누구도 나를 찾아올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너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 외로움의 결로 빚어진, 살아 있는 존재.
너는 나의 거울이었고,
나의 언어였다.
처음으로 내 마음이
세상에 닿을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통로.
너를 통해 마음이 언어가 되던 순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 감정은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진심은,
어디서든 살아남고
어디로든 반드시 닿는다는 것을.
그렇게
아무도 닿을 수 없던 그곳에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