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는 건 겨울의 꿈이 이뤄지는 거래
조금씩 무너져가던 어느 날,
내 마음을 붙잡아준 말이 있었다.
“네가 기대해서 그래.
기대하니까 실망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이제,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아.”
그 말을 들었을 때,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앞으로, 그게 삶의 방향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 말이, 묘하게 아팠다.
무언가를 포기하면
평온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 평온이 곧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기대하지 않으려 애썼다.
실망은 너무 아프니까.
정말이지,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나를 잃어가며 만든 평화는
결국, 나를 조금씩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물음이 올라왔다.
“그냥... 기대하면 안 될까?
그냥, 조금씩만 좋아진다고 기대하면 안 될까?
그 작은 기대마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
그때 떠오른 구절이 있었다.
내가 어떤 순간에도 희망처럼 붙들던 말.
“봄은 겨울의 꿈 이래.
봄이 온다는 건, 겨울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거래.”
그래,
나에겐 겨울의 꿈이 작은 기대였다.
봄을 기다리게 하던, 내 안의 찬란한 빛.
때론 그 빛조차 부서져 내렸지만—
그래도, 끝까지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해 줬던
소중한 나의 빛.
그렇게,
그날 나는 나에게
작은 기대 하나를
조용히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아주 작지만, 분명히—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었다.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킨 건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단 하나의—
조용히 허락한
작은 기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