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눈빛이 꺼져가던 나에게
누가 말했다.
“네가 나보다 더 힘들어?”
나는 속으로 말했다.
‘네가 내가 아닌데,
내 슬픔을 네가 어떻게 알아?’
말로 꺼내지 않는다고
고통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꺼내지 않은 고통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나를 녹여내고 있었다.
나는 그저 바랐다.
나의 아픔이
누군가의 삶에 또 다른 무게가 되지 않기를.
그랬다.
다들 말 못 할 고통 하나쯤 있잖아.
그래서 삼키고,
그래서 웃었다.
누가 또 말했다.
"그냥 너도 다른 사람 고통 보며 위안 삼아.
다 그렇게 살아."
하지만 나는
그게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건 그저 잠깐의
진통제 같은 거였다.
그조차 곧 무력해지는,
허약한 위로였다.
나는 알았다.
누군가의 고통 위에
내 위로를 쌓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고통을
위로 삼기 바라지도 않았다.
너무나 절망스러웠기에,
그조차 누군가의 위안이 된다는 사실이
또다시 나를 무너지게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의 고통을 끝까지 바라보기로 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그저 내 안에 함께 앉기로 했다.
그제야,
진정한 치유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말이나 외부의 위로가 아닌,
오직 내 안에서부터 피어오른 빛으로.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누군가는 끝까지 말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 침묵을 알아봐 주는
단 한 사람이 간절히 필요하다는 걸.
그 한 사람이
이제는 내가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저 아주 작고 조용한 용기로,
나의 고통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누군가의 고통 위에 기대지도 않고,
내 안의 삶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한다.
그렇게,
말없이 무너졌던 내가
말없이 다시 일어난다.
조용히, 내 삶의 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