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문다.
나는 아니었다.
내가 가는 곳마다, 누군가는 퇴사하거나 휴직했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나는 또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정착은커녕,
늘 낯선 땅에 심겼다가
다시 뽑히는 식물 같았다.
서른일곱,
늦게 얻은 직장이었다.
처음엔 복이었다.
좋은 상사, 따뜻한 팀.
오랜 고생이 끝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짧은 봄날 같은 착각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째 부서 이동쯤 되자
마음은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또 옮겨지겠지.’
‘정 줘봤자, 또 뺏기겠지.’
‘다들 힘드니까, 나도 견뎌야겠지.’
그리고 다섯 번째.
이젠 세고 싶지도 않았다.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물었다.
“괜찮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응. 좋은 기억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면... 버틸 수 있어.”
그 말, 참 오래 믿었다.
하지만 또 옮겨진 첫날,
나는 이유 없이 혼이 났다.
자꾸 옮겨지는 게 내 탓이란다.
다친 손으로 움츠러든 내가,
그래서 살갑지 못한 내가,
겨우 6개월 차인 내가,
모든 게 내 탓이란다.
그다음 날, 나는 출근 시간을 잊었다.
지각했지만,
단 1초도 미안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알았다.
내 안의 무언가가 툭, 하고 부러졌다는 걸.
더는 나조차 나를 붙잡고 있지 않다는 걸.
나는 돌아가고 싶었다.
손을 잡아주던 사람들 곁으로.
다치기 전, 웃던 내 자리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을 기대할 수 있었던 그 시절로.
나는 그곳에서,
사무치게 외로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