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세상에서

by 장원석

엄마 나를 왜 이렇게 나았어요.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틈 속에서 어둠이 피어나요. 세상에 모두 불이 꺼져있는 것처럼요. 엄마 난 아주 어렸을 때 비 오던 그 밤이 기억나요. 천둥 번개가 내리치던 밤이 말이에요. 무섭다며 엄마의 옆에서 자겠다고 때를 썼어요. 엄마는 기꺼이 옆자리를 허락했구요. 불 꺼진 방에서 잠을 자려고 눈을 감는데 자꾸 무언가 피어올랐어요. 휘감았어요. 어둠 속에 감춰진 목소리들이 나를 향해 외쳤어요.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난 너무 무서웠어요. 눈을 뜨니 엄마가 보였어요. 엄마. 엄마. 엄마는 뒤를 돌아서 잠이 들었어요. 엄마가 등지고 있는 뒷모습에 천둥 번개가 쳤어요. 번쩍이며 엄마의 뒤통수에서 무언가 생겨났는데 그것이 나를 보며 웃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넌 왜 그렇게 태어났니?" 그날 이후 난 엄마와 함께 잔다는 말은 절대로 입 밖에 꺼내지 않았어요. 또다시 그것이 나에게 말을 걸까 봐요. 그날 이후 그것이 수도 없이 나타났어요. 내가 행복에 겨워 소파에 누워있을 때도, 오랜 숙제를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아있을 때도, 모처럼 일찍 집에 도착해 아무도 없는 마루에 홀로 있을 때도 어김없이 그 틈을 비집고 내게 말을 걸어요. "넌 왜 그렇게 태어났니? 넌 왜 그렇게 태어났니?" 하구요. 엄마 또 다른 밤에 말이에요. 난 눈을 감으면 발소리가 두려웠어요. 층계참을 오르는 구두 발걸음 소리에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천둥 번개가 치던 날 밤에 말이에요. 세상에 불이 꺼졌어요. 가슴 안에 생긴 커다란 상처 안으로 불 꺼진 세상에 어둠이 들어왔어요. 구두발걸음 소리가 또각 또각 쿵 쿵 대던 그날 밤에 말이에요. 엄마의 세상 또한 불이 꺼지고 말았어요. 엄마의 세상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겼잖아요. 그 구멍 안으로 내 어둠이 함께 쓸려 들어갔어요. 천둥 번개 소리가 났어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도망가자 도망가자 도망가자. 엄마는 등을 진 채로 잠이 들었잖아요. 그리고 세상에 불이 꺼졌잖아요. 엄마.
우리는 왜 그날의 불 꺼진 세상에서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자리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걸까요. 엄마 또 그것이 나타나요.
"넌 왜 그렇게 태어났니. 움직이지도 못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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