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된 죽음

by 장원석

5평짜리 고시원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을 때, 그 지긋지긋한 내 방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 인생은 쓰레기 그 자체였어. 형에게 그날 아침 전화를 했어.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잖아. 짐을 거의 다 싣고 이제 출발하겠다고. 짐이랄 것도 없기에 2년 동안의 입었던 옷들을 싼 짐 보따리, 수저와 젓가락 그리고 그릇 몇 개, 2단으로 되어 있는 조립식 옷장을 해체한 뒤에 차에 싣었어. 빨래 건조대는 좁은 경차에 차마 다 들어가지 않아 쓰레기 수거함 근처에 버리고 2년 동안에 공부했던 모든 종이 껍데기들을 버리고 말이야. 휴대전화에 내비게이션을 찍었어. 내비게이션에 집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곳을 검색했는데 그 집은 내가 이제 막 나가야 할 고시원을 가리키는 것이었고, 본집이라고 따로 저장되어 있는 내가 돌아갈 집 주소를 검색했어. 본집. 내가 태어난 집이라는 뜻에서 본집으로 저장했던 걸까. 내가 봤던 집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내비게이션에 저장되어 있던 본집을 누르고 보니 내비게이션의 거리는 3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어. 이 이야기는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3시간 20분간의 시간 속에서 일어날 일이야. 항상 형은 나를 보며 웃었잖아. 그러니 형에게만 말해줄게. 난 곧 죽게 될 거야. 3시간 20분 정도 후에 말이야. 그러니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를 바래. 내가 형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형은 아빠와 나와는 별로 닮지 않았어. 되려 엄마를 닮았다면 닮았을까. 엄마의 그 얇은 머리카락과 커다란 눈, 흐물거리는 입술, 전체적으로 내려앉아 보이는 어두운 눈매까지. 그러나 형은 언제나 자기만의 길을 갔어. 그 흐물거리는 입술과 내려앉은 눈매를 가지고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말이야. 내가 4학년 때, 형이 6학년이었을 거야. 형은 그때 비비탄총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는 별로 그런 총에 관심이 없었잖아. 형이 그 은색 비비탄 총에 비비탄알을 넣고 마루에서 내 이마에 총을 겨눴잖아. 형은 비비탄알이 들어 있지 않을 거라고 했고 나는 비비탄 알을 넣는 것을 분명 봤기에 안에 비비탄 알이 들어 있을 거라고 했어. 형은 안 들어 있을 거라고, 나는 들어 있다고 분명히, 형은 안 들어 있을 거라고 내가 확인해 봤는데 안 들어 있다고, 형이 비비탄 알을 넣었잖아. 왜 형은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형이 마지막까지 비비탄알이 안 들어가 있다며 나를 안심시키고 마침내 방아쇠를 당겼을 때, 그때 처음 죽음을 알게 되었어. 난 고작 4학년 밖에 되지 않았잖아. 형이 당긴 방아쇠의 총열이 조금이라도 눈 쪽으로 향했다면 난 실명했을 거야. 형은 내게 총을 쏘고 난 뒤 미안하다고 했어. 니 말이 맞았다며, 총알이 들어 있는 줄 몰랐다고 했고 나는 몇 번이나 형에게 총알이 들어 있다고 애원하며 쏘지 말라고 소리쳤어. 그때 왜 형은 총을 쐈을까. 형은 왜 나에게 총을 쏜 거야. 아직도 몰랐다고 할 거야?

30분 정도 지났을 때, 내비게이션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몇 차례 확인을 했어. 그때 누군가에게 문자가 한 통 왔는데 <사진>이라고 미리 보기 알람표시에 쓰여있더라고. 휴대전화의 윗부분을 끌어당겨 문자의 내용을 살펴보았어. <사진>이라고 되어 있는 건 고시원에 집주인에게 온 문자였고, 내가 버린 빨래건조대의 사진이 찍혀 있었어. 사진 아래에는 상대방이 문자 내용을 작성하고 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가 2번 정도 반복을 했고, 곧 문자 내용이 나에게 전송되었어. <이런 건 그냥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라 폐기물스티커를 부착하여 버리셔야 합니다> 나는 이미 출발을 했는데 어떻게 하지.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을까? 집주인은 그저 나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다시 차를 돌려 나에게 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직접 부착해 버리라고 하는 걸까. 아 그런데 나는 쓰레기였지. 집주인에게 답장을 하고 싶었어. 버려진 빨래 건조대에 폐기물 스티커를 대신 부착해 주세요. 그리고 저에게 한 장 주시겠어요? 저 또한 사회에서 버려진 폐기물입니다.

형 내가 집주인의 문자에 답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어. 왜 그때 형은 나에게 방아쇠를 당겼을까. 거기에 진짜 쇠로 만든 총알이 들어 있었다면 난 그때 바로 죽을 수 있었을 텐데. 운전대를 잡고 있는 두 손에 감각이 아득히 멀어질 때쯤, 고속도로의 하행선을 막 진입하기 시작했어. 원래라면 하행선에 초입에 있는 휴게소에 들를 예정이었지만, 휴게소에 들러 회오리 감자나 호두과자 따위를 먹을 여유 따윈 없었어. 내 삶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했거든. 내가 처음 공시 준비를 하겠다고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기로 했을 때, 엄마 아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어. 그저 못난 나에게 부모의 기대를 한참 못 미칠 것이란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너의 선택을 응원한다고, 니가 가진 꿈을 펼쳐보라는 진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아빠는 방으로 들어갔고, 엄마는 내 두 손을 꼭 잡으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어. 마지막 온 힘을 다해 끝까지 짜내는 그 부모로서의 마지막 인내가 엄마의 웃음에 담겨있었어. 그 쓴웃음이 내가 시험장에 들어설 때마다, 시험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고요한 시험장에 앉아 있을 때마다 생각났어. 백미러를 바라보았어. 뒤에 따라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그리고 내려앉은 범퍼. 액셀레이트를 있는 힘껏 밟아 그것들과 멀어지려 했을 때 희미해진 뒷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범퍼가 엄마의 쓰디쓴 미소처럼 보였어. 엄마는 왜 억지로 웃었던 걸까. 엄마는 절망했던 걸까.

결국 난 집주인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어. 내 온 힘을 쏟아 집으로 돌아가, 방안에 침대에 누워, 내 방안에 문고리를 잡고, 그 문고리를 돌려, 다시 그 지긋지긋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거든. 하행선의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어. 뻥뻥 뚫려 있는 곳에서 1차선과 2차선을 오가며 나는 창문 너머에 있는 많은 것들을 뒤로했어. 뒤로 한 것은 지난날의 2년 동안의 내 노력이었는지도 모르지. 난 1차 시험조차 합격하지 못했어. 누군가에게 2년이라는 시간은 무언가를 준비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난 2년의 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 5평도 안 되는 그 좁은 고시원 방에서 책상에 앉아 외워야 할 산더미들의 책들을 그대로 펼쳐 놓은 채 말이야. 가끔씩 공중목욕탕에 가서 몸을 씻구어 낼 때를 제외하고 내 몸 안에는 무언가 계속해서 쌓여 있는 듯했어. 그것이 피로였는지, 부담감이었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엄마가 어느 날은 속초에서 유명한 닭강정이 있다며 퀵서비스로 커다란 닭강정 박스를 보냈어. 창문이 없어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안에서 닭강정 박스를 열어 그 새빨간 닭강정을 하나 집어 입에 욱여넣었을 때, 입천장에서 덜컥하고 닭강정 안에 날카로운 뼈가 윗 이빨과 입천장 사이를 꿰뚫어 버렸을 때. 그래도 난 닭강정을 먹겠다고 양념인지 피인지 모를 빨간 것을 뱉어내지 않고 입천장에 박힌 뼈를 뽑아내 버리고 다시 닭들을 삼켰어. 피로 된 양념장을 식도 안으로 넘겼을 때. 난 알고 있었어. 내 삶은 실패했다고.

내비게이션에 찍힌 시간이 3시간 20분에서 1시간 20분으로 줄었을 때쯤에 표지판에는 익숙한 장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50km 정도가 남았다는 표시와 함께 그 낯설지만 익숙해야 했던 그 글자들이 보였을 때 시간은 오후 4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어. 35도 정도 되는 뜨거운 날씨에 차는 곧 터져버릴 것 같은 본네트의 열기를 간신히 버티면서 내달렸고, 오래된 경차의 가죽시트 냄새는 수면 가스와도 같았지. 우리가 4번째 이사를 갔던 그 지하방 기억나? 그 지하방에서 잠이 들기만 하면 이상하게 나는 가위에 눌렸잖아. 어느 날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마루에서 형이랑 엄마가 티비를 켜놓고 너무 재밌게 떠들고 있었던 거야. 나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떤 소리인지 알 수 없는 형과 엄마의 말소리가 점점 커졌어. 그리고 점점 점점 커져, 내 귓가에 속삭였잖아. “잘 자네?” 난 가위에 눌렸어. 엄마와 형을 불렀고 형이 그때 나에게 다가왔어. 내가 발버둥 치며 형을 보았을 때 형은 웃고 있었잖아. 그게 왜 지금 생각나는 걸까. 왜 엄마도 형도 나를 보면 웃지 못해 안달 난 것일까. 1초 혹은 2초가 지났을까 나는 눈을 감은 채 가속페달을 밟았어. 시속 100km/h 이상을 달리며 짐을 실은 경차가 휘청거렸어.

그날 밤 9시 뉴스에는 ‘어느 20대 졸음 운전자의 비극’이라는 보도 제목과 함께 어느 기자가 내가 속력을 내며 달리고 있던 그 고속도로의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었어. 기자는 꽤 깔끔한 복장을 하고 손모양으로 내가 사고가 난 쪽을 가리키고 있어. 형 내가 TV에 나오고 있어. 정말 신기하지 않아? 뉴스 앵커는 졸음운전을 조심해야 한다며 나의 죽음을 단 한 줄의 멘트로 정리했어. 나의 죽음이 고작 3분이라니. 인터넷 뉴스 기사에는 연관된 몇 개의 기사가 있었는데, 그중 어느 한 기자는 꽤 자세히도 내용을 썼더군. 나의 2년 동안의 고시원 생활을 이야기하며 어느 20대 대학생 a 씨의 죽음이 결국에는 취업난이 부른 취업준비생의 죽음이라는 거야. 난 죽은 걸까. 왜 온통 내 기사에는 죽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거지. 난 어떻게 죽은 거야.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나를 알고 있다며 학창 시절에 내가 어떤 애였는지에 대한 글이 달려 있었어. 공부도 잘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다는 거야. 대학교를 다닐 때 나를 알았던 지인은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2년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며 나의 죽음을 국가적 인력 손실과도 빗대었어. 나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저래서 20대에게는 운전대를 맡기면 안 된다며, 운전면허 제도에 대한 비판의 글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남은 가족들의 슬픔과 비통함을 동정했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좌우를 빗대어 정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우리 가족을 어렸을 때 알고 있던 지인이 등장했어. 형제 사이에 우애가 남다른 집안이었다며, 화목한 집안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 거래. 또 형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은 형이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살이 10kg이나 빠지고 무기력해졌다는 거야. 형이 비통해했을까. 형은 웃고 있지 않았을까.

난 인터넷 뉴스 기사를 더 검색했어. 진짜 내가 죽었는지 확인해야 했거든. ‘경차의 안전사각지대, 20대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다.’라는 뉴스 기사에는 형체를 알 수 없이 찌그러진 내가 탄 경차가 보였어. 모자이크를 했지만 난 알 수 있잖아. 그 기사에는 나의 죽음이 자세하게도 나와. 경차 안에 수제 옷장의 한 기다란 봉이 차가 뒤집어지면서 내 목을 관통했대. 오후 4시 42분경 난 졸다가 고속도로의 벽에 부딪히게 돼. 2분 사이 시속은 150km/h까지 상승해 버리고 결국엔 차량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좌우 도로의 양끝을 3번 부딪혔다는 거야. 마모된 타이어가 150k/h까지 치솟은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튕겨 찢어졌고 도로의 포트홀에 경차가 마침내 뒤집혀졌을 때, 뒷좌석에 있던 봉이 내 목을 관통하여 그 자리에서 난 죽게 된대. 그 뉴스 기사는 20대 청년의 죽음으로 분류되었고, 그 아래에는 나와는 다른 죽음을 맞이한 몇몇 20대 남자들의 연관된 기사가 펼쳐져 있었어.

어느 기사의 제목을 말해줄게. ‘구토 후 졸도, 열사병 방치 끝에 사망’이라는 제목이야. 어느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20대의 남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사병으로 숨졌대. 그는 나보다 30분 정도 늦은 시간 어느 중학교 화단에서 쓰러졌고, 119 접수가 된 시간은 18분이 지난 5시 28분. 응급실에서 CPR을 했고, 그 사이 2번이나 온도를 측정하였지만 온도가 측정불가할 정도였대. 결국 오후 7시 14분에 결국 사망. 당시 그의 체온은 39도. 형 난 정말 저렇게 죽었어? 저 20대의 남자도 결국 저렇게 죽음을 맞이한 거구나. 그런데 형 기사를 읽으며 궁금한 게 생겼어. 저 20대의 남자와 내가 몇 시 몇 분에 죽었는지. 저 남자가 죽었을 때 몸의 체온이 몇 도였는지. 내가 탑승한 경차의 타이어가 얼마만큼의 속력의 충격으로 터지고 찢어졌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식으로 죽어야 했는지에 대해, 누군가가 정말 궁금해할까.

갈기갈기 해부되어 버린 나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형. 도대체 전시되어 버린 나의 죽음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왜 나의 죽음이 전시되어야 했던 거지. 저 열사병에 걸린 20대 청년의 체온은 대체 누가 궁금해한 걸까. 내 죽음이 전시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데. 형은 내 죽음이 궁금하기는 했을까.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이야. 엄마는 궁금해했어? 사실 엄마는 나의 죽음과 상관없이 언제나처럼 절망하고 있겠지. 아빠는 입을 닫고 방으로 들어갔을 테고. 형은 언제나처럼 웃고 있을 거야. 형 난 어떻게 되는 거야. 내 전시된 죽음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거야. 제발 말해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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