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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Feb 04. 2022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

자신만의 고객 네트워크 구축 전략

 

플랫폼은 양면시장 혹은 다면 시장을 대상으로 하기에 

경쟁의 양상이 일반적인 시장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효과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참여자들과 연결시킴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동일한 상품이라도 더 많은 참여자와 연결되거나 

더 다양한 보완적 혁신이 일어나면 그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은 언제나 규모를 추구한다. 

개방을 원칙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유연한 원칙을 유지한다. 

일단 많은 참여자가 있으면 그 안에서 데이터라는 가치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서 획기적으로 증가한다. 

 


아마존에는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이 있고 

2020년 기준 1억 8천만 명이 구독하고 있으며 

연회비는 199달러로

 회원들에게는 무료배송과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미국이라는 넓은 시장에서 익일 배송이라는 엄청난 일이 아마존에 의해 구현되고 있고 

회원들은 대부분의 쇼핑을 아마존에 의해 구현하고 있다.

물론 아마존은 이들이 무엇을 구매하는지 

혹은 무엇을 보고 구매하지 않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플랫폼이 만들어 내는 고객 네트워크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깊이를 갖추지 못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고객 네트워크에서 깊이라는 단어는 ‘전문성’ ‘팬덤’ ‘진심’ 등을 떠올릴 수 있지만 

플랫폼 기업이 가지기에는 생소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들이 기업이 다양성을 흡수하면서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전문성으로 

디즈니가 팬덤으로 

그리고 뉴욕 타임스가 진심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고객 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선택>

나이키는 2017년부터 아마존에서 1P셀러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1P셀러라는 말은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브랜드 기업과 아마존이 맺는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아마존에서 나이키라는 브랜드는 나이키 브랜드 스토어에서만 판매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이키는 이 관계를 단절하고 

더 이상 아마존에서 나이키를 판매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이제 나이키는 고객과 직접적이고 영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모바일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상점을 활성화할 것을 선택했다. 

 

나이키가 아마존을 떠난 이유는 

브랜드가 가진 힘 때문으로 아마존의 입점과 상관없이 

나이키는 여전히 스포츠 의류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였고 

아마존에 입점한 이유는 아마존이 급격히 커지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시장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마존과의 경험을 통해 

나이키는 스스로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말 나이키는 1억 7천만 명의 모바일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의 1억 8천만 명이나 

넷플릭스의 2억 명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2억 2천만 명이라는 숫자와도 견줄 만하다.


나이키는 이제 고객들과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상품을 기획하고 개선하기 시작했다. 

이미 기존 버전에서 새로운 색상의 조합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나이키의 전략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류의 삶 자체가 가성비만 추구하는 그런 삶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선택>

 2012년 디즈니는 넷플릭스에게 자신의 영화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매년 3억 달러씩 받는 조건이었다. 
 그 당시 콘텐츠 시장의 풋내기인 넷플릭스는 디즈니로서는 만만한 상대였고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5년 만인 2017년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헤어지는 선택을 했다. 

시장은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40억 달러, 5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이 넷플릭스로 이동하여 넷플릭스의 성장과 

고객 장악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디즈니는 엄청난 양의 콘텐츠 공급계획을 발표했고 

모든 것을 고객을 직접 확보하는 데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면서 

그 핵심이 콘텐츠 그 자체에 있음을 드러냈다. 


 디즈니는 그저 영화만 제작하고 투자하던 기업에서 

이제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불평을 들어주어야 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의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를 떠나 독립했고 

이제 1억 명이라는 자신의 고객들과 직접 거래하고 있다. 


향후 디즈니의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면 충분히 자신만의 고객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뉴욕 타임스의 선택>

페이스북이 미디어 세상을 정복하면서 나타난 가장 큰 폐해는 황색언론의 부활이다. 
 기존 언론사의 뉴스의 선택권은 기자들의 우두머리인 편집장이 결정하여 

다수의 대중보다는 소수의 엘리트의 판단에 의해 우리의 읽을거리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뉴스의 선택이 사람의 손을 떠나 알고리즘으로 이동했다. 

알고리즘은 기사의 내용과 품질을 평가를 갖지 못한 채 

단지 대중의 선택을 기준으로 뉴스의 가치를 평가하기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정통 언론보다는 

대중의 이목을 끄는 연예기사에 보다 자주 노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2020년 뉴욕 타임스의 전환점을 만들어 냈던 전략은 두 가지로 

하나는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저널리즘에 집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빨리 적응해 나가는 것이었다. 


2021년 1사 분기 기준 뉴욕 타임스는 690만 명이라는 디지털 가입자를 갖고 있다. 

이는 뉴욕 타임스가 종이 신문을 만들었던 구독자 수의 4배가 넘는 숫자다. 

 

좋은 저널리즘을 만든다는 뉴욕 타임스의 전략은 결국 구독자를 끌어들였고, 

이는 높은 수준의 수익으로 이어졌다. 

즉 고수익, 고비용, 고품질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신뢰할 수 있고 정보로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논쟁이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사실과 이야기를 통해서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성공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 쿠팡의 성장과 미국 거래소 상장을 통해서도 5조 원의 추가 지금을 조달에 성공했다.  


네이브와 카카오의 힘이 하루하루 커져 

머지않아 기존의 대기업 군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은 규모를 추구한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규모를 추구하는 곳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문제는 플랫폼이라는 아성에 균열을 만들어 낸다.  


 할인과 무료라는 단어만으로 그 균열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다.

플랫폼에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 규모와 반대편에 서서 진심으로 고객을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모두가 나이키나 디즈니 그리고 뉴욕 타임스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고 

그 길로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으로 맞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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