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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08. 2024

대지

에밀졸라

프랑스의 시골 마을 농사 일로 자신의 농토를 일군 푸앙이 공증인 바야슈의 사무실에서 그의 두 아들과 딸을 만났다. 

푸앙의 첫째 아들 제쥐크리스트는 게을러 빠진 술주정뱅이이며,
딸 파니는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어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고,
막내인 뷔토는 거칠고, 고집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사촌 여동생을 임신시켰지만 책임지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 있었다. 

이들이 공증인을 찾아 긴 이유는 상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농토를 분할하여 대여하고 지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마을에 사는 푸앙의 누나인 그랑드는 죽기 전에 절대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는 어리석은 짓은 해서는 안된다며 남동생인 푸앙의 결정을 비난했다.
그랑드 할머니는 부모를 잃고 어렵게 생활하는 손자, 손녀가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어떤도 도움도 주지도 않았다.

 


1부를 마치며 프랑스의 농촌의 삶이 우리들 삶과 닮아 
에밀 졸라의 <대지>는 박경리의 <토지>를 연상케 했다. 

2부는 마을 유지인 우르드캥의 집을 배경으로 시작되는데, 쉰 다섯 살인 우르드캥의 아내와 딸은 세상을 떠났고 하나 남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우르드캥은 하녀인 자클린의 육체를 탐했고, 자클린은 농장 일꾼들에게는 실컷 즐기게 해 주었지만 주인에게는 감질나게 굴면서 그를 자극했다.

 

새벽 일찍 우르드캥의 잠자리에서 빠져나온 자클린은 농장에 머물고 있는 장 마카르의 침실로 찾아갔고 낌새를 눈치채고 따라온 주인 우르드캥의 눈을 피해 장은 가까스로 도망쳤다.

우르드캥은 그 과정을 지켜본 양치기 노인 술라에게 도망친 남자가 누구인지 다구 쳤지만 인생을 눈치로 살아온 술라는 하녀 자클린의 보복이 두려워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잡아 땠다. 

 

우르드캥이 자신을 의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집을 떠나겠다는 자클린에게 우르드캥은 다시 굴복하여 그녀의 요구대로 죽은 아내의 침실을  자클린에게 내어 준다. 

 


마차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은 무슈 영감을 장이 발견하고 집에 모셔 놓지만 무슈 영감은 두 딸 리즈와 프랑수아즈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난다.

리즈는 뷔토의 아들 쥘을 출산하지만 뷔토가 책임을 회피하자 장은 리즈에게 청혼한다.

 

장의 청혼을 받은 리즈는 자신에게는 아이의 아버지인 뷔토가 살아 있고 아직 확실한 답변을 받자 못한 상태이니 기다려줄 것을 요구했다.
장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여자는 리즈가 아니라 그녀의 동생인 프랑수아즈임을 깨닫게 된다.

다행히 뷔토는 리즈와 결혼식을 올려 장의 청혼은 없었던 일로 되었다. 

 


재산이 많은 외할머니인 그랑드가 주위에 살고 있지만 외면당하고 불구자인 남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팔미르는 낮에는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고 밤에는 어느 여자도 거들떠보지 않는 동생을 위해 근친상간까지 하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

 

1부가 푸앙의 집을 중심으로 그려졌다면 2부는 우르드캥의 집안과 리즈와 프랑수아즈 자매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 가난을 경험해서인지 에밀 졸라가 그려낸 삶의 무게가 느껴져 읽는 내내 힘이 든다. 

   


3부는 리즈와 뷔토는 결혼식을 올려 동생 프랑수아즈와 같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을 그려낸다.   

자신의 농토를 자식들에게 분배하고 매년 임대료를 받기로 약속을 했지만, 큰 아들제쥐크리스트는 한 번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 딸 파나는 약속대로 돈은 지불하지만 그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숨기지 않았으며, 막내인 뷔토는 온갖 핑계를 대어 액수를 낮추었다. 
 
뷔토가 임대료 30프랑을 아버지인 푸앙에게 지불하자 제쥐크리스트가 그 돈을 뜯어내 술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한 뷔토는 자신의 귀한 돈이 술주정뱅이 손으로 들어가는 곳은 볼 수 없다며 자신도 돈 지불을 하지 않겠다며 시비가 붙었고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밀쳐 숨지게 했다.

 

혼자가 된 푸앙의 남은 재산을 탐낸 자식들은 집을 정리하고 자신들과 함께 살자 하여 푸앙은 집을 처분하고 사위의 집에 들어갔지만 딸의 잔소리에 지쳐, 막내아들 뷔토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뷔토의 끝없는 욕심과 처제인 프랑수아즈를 겁탈하려고 시도하는 뷔토와 심하게 다투고는 큰 아들 제쥐크리스트의 집으로 옮겨 갔다. 

 

뷔토는 노골적으로 처제인 프랑수아즈를 노렸고 있으며, 자존심이 강한 프랑수아즈는 강하게 대항하는 삼각관계 속에서 리즈와 프랑수아즈의 자매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간다. 


장은 공개적으로 프랑수아즈에게 청혼을 하지만 아직 육욕을 채우지 못한 뷔토는 강하게 반대하고 프랑수아즈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근친상간, 처제의 육체에 대한 욕구, 부자간의 돈거래에 대한 배신과 거짓말 등이 소설 전반에 묻어 있다.
누구도 감히 발설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실들을 소설을 통해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이 가진 한 부분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남편이 친동생을 범하려는 끈질긴 시도에 리즈는 자신이 남편에게 두들겨 맞는 것이 동생 때문이라는 생각에 화도 났고 질투심이 시달리며 방관자가 된다.
남자를 공유하는 고통보다 연적이라는 적대감이 크게 자리 잡으면서 그녀는 동생이 지신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고통받고 망가져 간다.

 

프랑수아즈는 자신을 괴롭히는 뷔토보다도 언니에 대한 증오가 더 커져 두 사람의 사이는 옛날 다정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졌다.

마침내 프랑수아즈는 가출하여 마크롱씨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했지만 뷔토의 압력에 겁이 난 마크롱은 그녀를 가게에서 내보냈다.

가게에서 쫓겨난 프랑수아즈를 그랑드 할멈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지만 뷔토가 나타나 감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프랑수아즈를 뷔토에게 내주었다. 

 

프랑수아즈가 자신의 재산에 대한 분할을 요구하자 뷔토와 리즈는 온몸으로 막으려 했지만 결국 두 자매는 집, 가구, 가축을 경매에 부쳐 재산을 분할했고, 프랑수아즈는 장과 결혼식을 올리고 리즈가 사는 집을 자신의 소유로 돌려 두 자매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푸앙의 숨겨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가지기 위해 두 아들 제쥐크리스트와 뷔토는 아버지를 곁에 두고 감시했다.

손녀와 큰 아들이 무서워 뷔토네 집으로 옮긴 푸앙은 자신의 숨긴 돈을 모두 막내아들 뷔토에게 빼앗기고 만다.

마지막 한 푼까지 착취당한 푸앙은 쫓기다시피 집을 나서 누나인 그랑드 할멈을 찾아 가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그에게 추위는 차라리 덜 고통스러웠고, 배고픔이야 말로 고문이었다.
뷔토네 집으로 돌아 가느니 죽는 게 나았지만 땅거미가 지자 쏟아지는 비 속에서 또다시 밤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무서워 뷔토네 집으로 다시 들어가 쓸모없는 인간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간다.

노인네가 정신줄을 놓았다는 핑계로 뷔토가 집 매매 대금으로 나오는 연금과 생활비 200프랑도 순식간에 낚아챘다. 


일 년이 지나자 푸앙은 더 이상 깔끔한 농부가 아니었다.
나날이 쇠약해지면서도 살아 있었다.


누나를 잃고 갈 곳 없는 일라리옹은  외할머니인 그랑드가 데려 가지만 그녀는 불구자인 손자를 보살피기보다는 일꾼으로 혹사시켰다.

어느 날 저녁 헛간으로 자러 가기 전 조금이라도 일을 더 시킬 양으로 그랑드는 손자인 일라리옹에게 장작을 패게 했고, 그가 대충대충 일하자 욕을 퍼부었다. 

그때까지 겁에 질려 고분고분 일하던 알라리옹은 장작을 패던 도끼를 내팽개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화가 난 노파가 그의 옆구리며 엉덩이를 때렸지만 그가 달려들었다.

노파는 자신의 목이 졸릴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누이 팔미르가 죽은 뒤로 너무 굶주렸던 그는 화 대신 수컷의 분노를 터뜨렸다.
혈연도 나이도 의식하지 못하고 여자라는 것만 겨우 인지하고 여든아홉 살의 조모를 범하려 했다.
아직 건강한 노파가 손에 잡히는 도끼로 단번에 덤벼드는 손자의 두개골을 쪼개 버렸다.

 

장과 프랑수아즈에게 자신들의 집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복수할 기회를 엿보던 뷔토와 리즈 부부는 임신한 프랑수아즈의 뱃속 아이를 죽일 생각을 했다.

언니인 리즈가 찾아낸 방법은 남자가 만든 것은 남자가 풀 수 있다는 해법으로 남자가 여자 배에다 십자 성호를 세 번 긋고 반대쪽에서 성모송을 외운 다음 여자를 범하는 방법으로,
길에서 불룩한 배로 힘들게 걸어오는 프랑수아즈를 보자 시도하기로 했다.  

뷔토가 그녀를 짚가리로 몰아붙여 어깨를 잡고 쓰러뜨렸다. 
리즈는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꼼짝 않고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지평선과 두 사람을 번갈아 살피고 있었지만 남편이 부르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가 동생의 왼쪽 다리를 움켜잡아 벌렸고 기진맥진한 프랑수아즈는 바닥에 옴짝달싹 못한 채 두 눈을 감고 몸을 내맡겼다. 

짚자리 뒤에서는 푸앙 영감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있었지만 두려워서 짚가리 속으로 더 깊숙이 몸을 숨겼다.


리즈는 남편의 행동을 묵인하고 도움을 준 조력자였지만 묘한 질투심을 터뜨렸다.
그녀는 더 젊고 더 생기 발랄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동생을 증오했다. 

리즈는 매섭게 동생의 따귀를 때렸고 프랑수아즈는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다 프랑수아즈의 손톱이 리즈의 목을 파고들었다.
격분한 그녀는 동생을 죽이겠다는 생각에 덤불을 가로질러 하늘을 향한 낫이 보였고 프랑수아즈를 힘껏 밀어 쓰려 뜨렸다.
비틀거리며 왼쪽으로 쓰러진 프랑수아즈의 옆구리를 낫이 관통했고 끔찍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뷔토와 리즈는 뼛속까지 싸늘해지며 공포에 질려 도망갔다.


몇 분 뒤 자신의 밭으로 장이 왔을 때 프랑수아즈는 눈을 떴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푸앙 영감이 다가오자 장이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구치는 장에게 프랑수아즈는 꼴을 베려 왔다가 낫으로 엎어졌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눈은 푸앙을 찾았고 가족만이 알아야 하는 것들을 그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영감은 넋이 나갔지만 그녀의 눈빛을 알아챘다. 


프랑수아즈의 성격은 유별났다.
옹고집이라고 할까.
다른 이들을 따라 하는 법이 없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생각을 가진 푸앙 집안의 피를 물려받았다고들 했다.
 

다음날 사람들이 프랑수아즈의 시신을 관에 넣었다.
장은 뷔토와 리즈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격분해서 펄쩍 뛰었다. 
하지만 죽은 동생 옆에서 밤을 지새우며 자기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풀겠다는 리즈를 막을 수 없었다. 

잠시 앉아 있던 리즈는 자제심을 잃고 옷장들을 열어보고 자신이 없는 동안 제자리를 벗어난 물건이 없는지 자신의 옛집을 확인했다.


뷔토는 벌써부터 마구간과 외양간을 주인처럼 기웃거리며 살펴보았다. 

밤이 되자 두 사람은 완전히 자기 집으로 돌아온 듯했다.
단지 방 한가운데 놓인 관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하룻밤만 참으면 되었다.
다음날 아침이면 바닥이 깨끗해질 테니.

 


장례식이 진행될 동안 리즈는 집에 남아 자신의 물건을 모두 옮겨 놓았고 장례식에서 돌아온 장을 내쫓았다. 뷔토와 장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졌지만 리즈마저 가담한 싸움에서 장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바지와 프록코트를 찾으려 간 장과 뷔토는 다시 크게 싸웠고 뷔토는 문지방을 넘어서면 낫도끼로 장을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그 장면을 본 푸앙은 장에게 

“도망쳐! 저것들이 자네를 찔러 죽일 거야.
그들이 계집애를 짤러 죽였듯이!”라 외쳐,
장은 프랑수아즈의 죽음과 그녀가 끝까지 입을 다문 이유를 알아차렸다.


자신들의 비밀을 누설된 뷔토 부부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 위해 먼저 아버지인 푸앙 영감을 살해하기 위해 노인의 방으로 들어가 베개를 움켜잡고 리즈가 그것으로 푸앙의 얼굴을 눌렀다.

그리고 뷔토가 달려들어 온몸으로 내리눌렀고 그 사이 리즈가 침대로 올라가 맨 엉덩이로 깔고 앉았다.


푸앙은 한 차례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고, 두 다리가 용수철 끊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축 늘어졌다. 
베개를 치운 그들에게서 공포 어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은 푸앙의 얼굴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들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체를 불로 태웠다.
불에 탄 푸앙의 시체는 관속으로 들어가 대지에 묻혔다.

 

아홉 시경 일어난 장은 차가운 물이 담긴 대야에 머리를 담갔다.
그리고 그는 결단을 내렸다.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살림살이를 찾기 위한 소송도 벌이지 않기로 했다. 

자긍심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그런 비열한 자들과 같은 족속이 아니라 외지인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그들은 서로 잡아먹고도 남을 자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서로 삼키려 든다면, 그야말로 통쾌한 복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임박한 전쟁에 대한 기사를 생각하며 다시 입대해서 전쟁에 나갈 것을 결심했다. 

 


뒤부분으로 갈수록 삶의 무게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양익종 감독 주연의 <똥파리>를 보면서 느꼈던 답답함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1887년 <대지>가 출간되었을 당시, 존속살해, 형제 살해, 근친상간, 성폭력, 청소년과 어린 자녀 확대 등 약자를 대상으로 한 온갖 폭력 등 감히 글로 표현해서 안 될 죽음과 살인은 당대 독자들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러 힘들게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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