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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pr 24. 2022

생일날 아침, 도서관 가는 길

잔잔한 행복

배낭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4권을 챙겨 넣고 길을 나선다.
 어제 온 비로 하늘은 청명하고 공기는 맑다. 

현관 앞 하단에 하얀 꽃들이 만발해 주머니 속 스마트 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몇 장을 찍어 보다 슬그머니 멈추고 가던 걸음을 재촉한다. 


 몇 발짝 앞서 걷는 여자 아이의 머리핀에는 분홍빛 리본이 달려 있다.
 예쁜 옷을 입은 그녀는 젊은 아빠의 손을 잡고 재잘거리며 걷는다. 

내리막 길 중학교 담벼락 건너 운동장에는 아이들로 활기차다. 
 한 아이는 야구공을 던지고 다른 아이는 그 공을 받는다.
 운동장 중앙에는 축구 시합이 한창이다.
 중앙선 근처에서 프리킥을 한 공이 상대팀 골 크로스바를 맞고 ‘팅’ 소리를 내며 튕겨 나온다. 


육교 근처에서 우측으로 가야 하는데 안쪽 공사로 바깥쪽으로 돌았다. 
 오르막길 건널목에는 짙은 회색의 벤츠 SUV가 신호를 기다린다. 
 내린 창문 안에는 젊은 여자가 신호등을 쳐다보고 있고 

핸들 가운데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신호를 건너 마주치는 작은 주유소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4개의 주유기가 바쁘게 움직인다. 
 애견 미용실에는 하얀 개 한 마리가 미용사에게 털을 맡기고 있다. 
 버스 정류소 앞 분식집에는 어묵을 고쟁이에 끼우고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도로를 건너면 아파트 담벼락을 따라 길게 뻗은 나무 숲 속으로 

보행자 전용 길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는 노점상이 자리 잡고 마수걸이 손님을 기다린다. 


 만두 찌는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쏟아 올랐고 

배가 나온 아저씨가 만두 나오길 기다린다. 
 번화가 맞은편에는 도심에 위치한 공원이 있다. 
 다양한 꽃들이 아름다운 연못 주위 벤치에는 빈자리가 없다. 

가벼운 차림으로 공원 주위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공원 옆 도서관을 들어서자, 

맞은편 청년 카페에서 구수한 커피 향이 퍼져 나온다. 
 계단을 올라 3층에서 책을 반납한다. 
 그리고 재빨리 읽을 책들을 갖다 놓고는 신간 코너에서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본다.


  책을 고르는 시간은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어떤 때는 모든 책들이 다 눈에 들어오고 빌려가고 싶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읽고 싶은 책이 없다.

 오늘은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이 머릿속에 들어 있어 수월하게 마쳤다. 

 계단을 내려오다 노란 피카추 모자를 쓴 아이와 맞닥뜨렸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는 기운차게 계단을 올라 2층 열람실로 들어갔다.   


도서관에서 왼쪽으로 나가 오른쪽으로 백 미터 가면 건널목이 나온다.
 건널목을 건너 지하 통로를 지나면 낙동강 생태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지하통로 위로는 철도와 도시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지하통로를 지나 마스크를 내리니 진한 풀 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큰 차양막이 쳐진 잔디밭에는 

젊은 여자가 준비한 가방을 탁자 위에 놓고 자리를 잡는다. 


 바로 옆 축구장에는 빨강 옷을 입은 팀과 노란 조끼를 입은 팀이 시합을 하고 있다. 

노란 조끼를 입은 팀의 최전방 공격수가 패스를 받아

 골키퍼 옆으로 공을 밀어 넣어 골을 넣는다. 


축구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주 산책로가 나온다.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가 강을 따라 이어진다. 

이 도로의 한쪽 끝은 하구언 둑이며 다른 한쪽은 안동 댐까지 이어진다. 
 강가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과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볍다. 
 지나가는 자전거에서 <섬마을 선생님>이 울려 퍼진다. 


길가 잔디밭에는 등에 애초 작업이라 쓴 조끼를 입고 잔디를 깎는다. 

그는 탄 작은 차의 뒷바퀴에는 잘게 잘린 잔디가 잔뜩 묻어 있다. 
 하단에는 나이 든 여자들이 모종을 옮겨 심고 있다.
 그들의 엉덩이에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가 매달려 있고 

일어서 움직이며 이 의자가 엉덩이에 매달린 채 따라간다. 


 지하 통로 입구에서 에어 건으로 옷과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건널목을 건너면 아파트 정문이 나온다. 
 오르막 끝에는 BMW X7을 세워 둔, 

운전자가 밖으로 나와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 
 계단을 오르니 젊은 여자와 산책하는 마티즈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찢는다. 

지상 주차장에 주차해 있던 캠핑카 3대 중 1대가 보이지 않는다. 
 집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눌리니 익숙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준비한 필립스 전기면도기를 선물로 주었다. 
 미역국에 생일밥도 챙겨 먹었다.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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