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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May 18. 2023

미래에 대한 현명한 대처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도전정신



1980년대 우리나라 산업은 기반을 다지면서 

성장의 기초를 마련한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처럼 임금이 높지도 않았고 휴일도 보장되지 않아 한 달에 두 번 정기 휴일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 휴일도 반납하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어 

공장을 증설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승용차에 장착된 엔진은 가벼운 알루미늄 재료를 사용하지만 

그 당시에는 주철 재료를 녹여 모래로 틀을 만들어 엔진 소재를 생산했다. 


자동차 엔진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쇠를 녹이고 모래로 

틀을 만들고 식어서 굳게 되면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고 깨끗하게 모래를 떨어내고 가공 공장으로 보내진다. 


이러한 과정에 사용되는 장비들 중 국내에서 제작하는 부분도 있지만 

주 장비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했다. 


 특히 쇳물을 녹이는 용선로는 안전과 열효율을 고려해 

규모가 크고 경험이 많은 일본 제품을 수입했다. 


소재공장을 책임지는 공장장은 

일본 제품도 좋지만 

독일에서 나온 신제품은 기능과 효율 

그리고 에너지 절감에 

보수 유지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그에 대한 점검을 마쳤고 

새로운 공장에는 독일 설비를 사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결제 라인에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중요한 설비로 문제가 생기면 소재 공장 가동이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라인까지 여파를 미치는데 

독일 제품을 사용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고

 긴급사태 발생 시 일본어는 나이 많은 엔지니어들은 전화 통화도 가능했지만,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없었으며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리고 긴급사태 발생 시 일본에서는 하루 만에 들어와 조치가 가능했지만 

독일과는 시차가 있고 항공편  연결이 불리했다. 


최고 경영진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일본 제품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공장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선 공장장에게 

최고 경영진은 절충안을 내놓았다. 


 최고 경영자들이 정주영 회장의 결제를 받는 것을 어려우니 정 독일 제품을 사용하고 싶으면 

회장님 결제를 공장장이 직접 받으라는 것이었다. 


흔쾌히 제안을 승낙한 공장장은 날짜를 정해 울산에서 본사를 방문해 

정주영 회장실로 결재판을 가지고 들어 갔고 

최고 경영진들은 그 모습을 숨 죽이고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장장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회장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공장장의 표정에는 야단맞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궁금한 마음에 결재판을 열어 보니 결재 서류에는 회장님 사인이 되어 있었다. 


 “박 공장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박 공장장은 웃으며 결제 과장을 이야기했다. 


 결재판을 받아 든 정주영 회장은 ‘왜 독일 제품을 사야 하는지’ 물었고 

공장장은 이제는 일본을 넘어서 독일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고 답하자

 ‘그래해봐’ 라며 결재 서류에 두말없이 사인을 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 독일에서 들어오는 제품이라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큰 문제없이 독일 용선로는 설치되었고 

높은 가동률과 에너지 효율로 회사의 발전에 기여했으며 

무엇보다 일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술 수준을 세계로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날아가는 새를 잡으려면 앞을 보고 쏘아야 한다.’ 
 엔지니어로서 앞을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용기 있는 행동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초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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