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에서는 커피에 대한 의존성이 민주주의, 평등주의적 관계,
소규모 단위의 농장과 더불어 느리고 꾸준한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똑같은 나무를 재배했는데 왜 코스타리카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까?
준비된 노동력의 부족이 그 주원인이 아닐까 싶다.
코스타리카의 원주민들은 스페인 초기 정착자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바람에 단 한 번도 인구수가 많았던 적이 없었다.
그 결과, 코스타리카인들이 1830년대에 본격적으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할 무렵엔
훗날의 브라질과 과테말라의 경우처럼 대농장 라티푼디아를 세울 만한 여건이 못 되었다.
즉, 소규모 가족농이 보편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코스타리카의 커피 산업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탄압적인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조차 없었다.
더군다나 코스타리카의 커피 생산은 산호세 인근에 위치한
센트럴 밸리의 비옥한 고지대에서부터 시작되어 그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 후 수년 동안 새로운 변경지대가 계속 팽창하면서
커피 사업에 뛰어들려는 이들은 미개간지에 농장을 세울 수 있었다.
이런 기회 덕분에 땅을 놓고 벌어지는 투쟁도 그만큼 더 적었다.
수확기가 되면 농장주 가족들끼리 돌아가며 상부상조했고,
농장주들이 직접 힘든 육체노동을 하며 땅을 가까이 느꼈다.
따라서 비교적 평등주의적인 국민정서가 발달되었다.

코스타리카 내에서의 갈등은 소규모 커피 재배업자와 커피를 가공 처리하는
커피 가공 처리 공장의 소유주들 사이에서 생겨났다.
농장의 규모가 전반적으로 아주 작았기 때문에
농장주들은 습식 가공 처리 공장을 소유할 만한 형편이 못 되었다.
이렇다 보니 막강한 힘을 쥐고 있던 커피 가공 처리 공장 소유주들은
커피콩 매입 가격을 억지스러울 만큼 낮게 책정하여 수익의 대부분을 독식했다.
이러한 불평등으로 인해 긴장 관계가 유발되었으나
코스타리카의 정부는 전반적으로 이 긴장을 평화롭게 처리했다.
이 작은 중앙아메리카 국가 역시 수년에 걸쳐 나름대로의 혁명과 유혈 사태를 치렀지만
이웃 국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코스타리카가 이웃 국가들과 달랐던 이유는 뭘까?
커피 산업의 발달 양상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초반엔 영국이 코스타리카와의 무역을 지배했지만,
독일인들 역시 발 빠르게 끼어들면서 20세기 초에는
코스타리카에 상당수의 커피 가공 처리 공장과 대단지 커피 농장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테말라와는 달리 코스타리카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원주민 빈민들도
커피계의 유력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한 사례가 훌리오 산체스 레피스였다.
그는 작은 농장 하나로 시작해 여러 커피 농장에 대한 투자를 축적함으로써
코스타리카 내에서 최대의 커피 수출업자로 올라섰다.
그의 성공은 드문 사례였지만,
코스타리카에서는 비교적 가난하게 출발했다가
엄청난 부를 쌓아 올린 농장주들의 경우가 그 외에도 더 많이 있었다.
이러한 환경 차이로 인해 코스타리카는 다른 커피 재배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