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7)

로부스타

by 산내


1920년 무렵,

자바에서 재배되는 커피의 80퍼센트는 로부스타 품종이었다.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질병에 강한 대체 품종으로,

잎 녹병균인 헤밀레이아 바스타트릭스가 동인도의 아라비카품종을 고사시키고 있던

1898년에 벨기에령 콩고에서 발견되었다.


보다 섬세한 풍미를 지닌 품종인 사촌뻘의 아라비카와는 달리,

로부스타는 해수면에서부터 3천 피트(914미터) 고도까지

어디에서든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열매가 열리는 양도 훨씬 더 풍성했다.


또한 아라비카보다 이른, 2년생부터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단점은 딱 하나, 우려 마실 때의 맛이었다.

최상급의 로부스타조차 맛이 거칠고 밍밍하고 쓰다.
그래서 아라비카와 블렌딩을 하면 아라비카의 맛이 손상될 수밖에 없었다.

sticker sticker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바와 수마트라의 고무나무 사이에 있는 로부스타 재배를 감독했던

네덜란드인들은 로부스타에 입맛을 들이게 되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중에 그렇게 되어

당시에 네덜란드에서는 로부스타의 소비량이 브라질산 아라비카의 소비량을 앞섰다.


1912년에 뉴욕 커피 거래소는 세 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임명하여 로부스타 연구를 맡겼다.

이 위원회는 로부스타가 하급 산투스산과 비교해도 거의 쓸모없는 생두"라고 결론지으며,

거래소에서의 거래를 금지시켰다.

그리고 자바산 로부스타의 라벨에 전통적으로 최상급 아라비카로 통하는

자바가 찍혀 유통될까 봐 각별한 우려를 표하기까지 했다.


일부 로부스타 묘목이 잠깐 브라질에 수출되긴 했으나 브라질 측에서 신속히 수입 금지를 취했다.

아직까지 서반구의 커피 재배지까지 확산되지 않은

잎 녹병균 포자가 유입될까 봐 염려되어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다른 곳 특히 헤밀레이아 바스타트릭스 때문에 다른 커피 품종을 다루기가 어렵게 된 곳에서는

로부스타를 재배하는 이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네덜란드인들이 로부스타 원두에 시장성을 갖게 해 준 덕분이었다.


어느새 인도, 실론, 아프리카에서는 버려진 차 농장이나 커피 농장,

혹은 커피가 한 번도 재배된 적 없던 뜨거운 저지대에서 튼튼한 로부스타 묘목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산내로고.png


이전 12화커피이야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