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12)

스타벅스: 낭만주의 시대

by 산내


클로드삭스 같은 수완가들이 큰돈을 벌어들이고

제너럴푸즈, 프록터&갬블, 네슬레, 야콥스는 대량생산 상품인 캔용기 커피 분야에서

세계의 왕좌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불만에 찬 베이비붐 세대들의 주도로 품질 추구의 물결이 새롭게 일어났다.


이런 주도자들은 대부분이 히치 하이킹으로 유럽을 여행 다녀 봤거나

군 복무 중 유럽에 주둔해 봤던 경험이 있어서

에스프레소, 스페셜티 커피하우스 카페가 주는 즐거움을 느껴 본 이들이었다.


또한 높아진 국제적인 기호를 지니게 되어, 커뮤니티와 근본적 진리를 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 로스터기에서 갓 볶아 나온 향기로운 통원두에서 찾았다.

특히 버클리로의 순례에서 피츠의 분위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직접 영감을 얻은 이들도 많았다.


제리 볼드윈(Jerry Baldwin), 고든 바우커(Gorcion Bowker), 제브 시글,

이 세 명의 시애틀 대학생들도 함께 유럽 여기저기를 여행 다녔다.

그러다 이제 20대 후반이 된 1970년 즈음에 다시 시애틀로 돌아왔다.


그 후 바우커는 지역 잡지에 글을 게재하면서 광고회사를 시작했고,

볼드윈과 시글은 교사가 되었다.

바우커는 맛 좋은 커피를 구하려고 주기적으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밴쿠버까지 차를 몰고 갔다.

미식가들을 위한 작은 매장, 머치스(Munchies)에서 원두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1970년의 어느 날,

그런 밴쿠버 여정 중에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그거야. 시애틀에 커피하우스를 내는 거야!"

마침 그 무렵, 볼드윈도 한 친구가 버클리의 피츠에서 주문한 원두로 만든 커피라며

한 잔 권해 주어 마셨다가 비슷한 착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세 친구는 시애틀을 기반으로 삼아 작지만 품질을 우선시하는 로스팅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 제브 시글은 베이 에리어(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를 찾아가

알프레드 피트는 물론 짐 하드캐슬, 그라페오, 프리드텔러&프리드 같은

다른 로스팅업체들과 상담을 나누었다.
알프레드 피트는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대주기로 동의해 주었다.


볼드윈은 이렇게 회고했다.

"알프레드는 정말 관대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가 동의해 준 덕분에 그의 매장 디자인도 그대로 베꼈다.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세 친구는 돌아가면서 버클리의 피츠에서 일하며 운영 비결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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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애틀에서는 웨스턴가에 월 임대료 137달러로 얻은 낡은 매장을 새롭게 뜯어고쳐 단장하고 있었다. 볼드윈은 매장의 운영을 위해 회계 강좌에도 등록했다.

비용은 세 친구가 각자 1천5백 달러씩 내놓고 은행에서 5천 달러를 빌려서 마련했다.

그리고 피츠의 도움을 얻어 커피 분쇄기, 추출기, 그 밖의 부대 기구와 상업용 대용량 찻잎을 구비해 놓았다.


이제 오픈 준비는 거의 다 되었고 이름을 지어야 할 차례였다.

"바우커, 시글&볼드윈은 너무 법률회사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소유라는 느낌을 내고 싶어서 첫 문자라도 세 사람 중 한 명의 성에서 따오고 싶었는데,

그 첫 문자로는 'S'가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Steamers, Starbo 등등 별별 이름들을 다 내놓았다.

그러다 Starbo라는 단어를 들은 고든의 입에서 불쑥 'Starbuck'이 튀어나왔다.

이 이름은 문학도 삼총사의 마음을 끌었다.

스타벅이 『백경』과 『레인메이커 The Rainmaker』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귀에 착착 감기는 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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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3월 30일,

가슴을 드러내고 두 개의 꼬리가 달린 인어를 로고로 내세운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고,

주로 통원두를 판매하면서 개점하자마자 히트를 쳤다.

첫 9개월간의 가게 총수익은 4만 9천 달러로, 먹고 살기엔 빠듯한 수준이었지만

용기를 북돋워 주기엔 충분했다.


세 동업자는 그다음 해에 제2호점을 열었고

알프레드 피트는 자체적인 로스터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사업이 너무 커지고 있으니 그게 좋겠어"세 사람은 1973년에 3호점을 열었다.


볼드윈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행복했다.

돈은 나보다 직원들이 더 벌었어도 개의치 않았다.

나에게는 그것이 모험이었으니까.

되돌아보면 그 시절은 낭만주의 시대였던 것 같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했던 그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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