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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pr 29. 2024

이탈리아 명품 이야기(1)

장인 정신의 후원자, 피렌체 메디치 가문

 

장인 정신을 논할 때 작은 약방에서 시작해 모직업 길드로 갈아탄 후, 자본을 축적하여 은행가 길드의 맹주로 떠올라 결국에는 피렌체의 권력마저 장악했던 메디치 가문을 빼놓을 수 없다.


피렌체 교외의 작은 마을 출신인 메디치 가는 피렌체로 이주해 양모를 수입해 가공하는 일을 시작했다.
당시 피렌체는 모직물을 값싸게 들여와 동방에서 온 색색의 염료로 염색한 후 비싼 값에 유럽의 왕족들에게 팔았다. 

이를 통해 엄청난 자본을 축적했는데, 이 한가운데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탈리아는 섬유와 이를 이용한 패션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피렌체 상인들은 양가죽을 싸게 사들여 가공하여 질 좋은 가죽제품을 생산했기에 구두나 가방 등의 수공업이 발달했다. 

피렌체 장인 정신은 이때부터 다져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려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는 16세기 중반부터 점점 그 빛을 잃어갔다. 

프랑스나 북유럽은 절대왕정을 기초로 식민지를 개척하여,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을 거쳐 눈부시게 발전하지만, 이탈리아는 작은 도시 국가로 뿔뿔이 나뉘어 계속 싸우다 보니 정치적·문화적으로 뒤처지고 말았다. 


결국 17세기가 되면 명품 문화의 축이 프랑스로 옮겨져 도약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 문화 부흥의 아버지 프랑수아 1세(1494~1547)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 출신인 카트린 메디치(1510~1539)를 며느리로 맞았다. 


카트린은 나중에 왕이 되는 앙리 2세의 정비였지만, 불행한 삶을 살았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사랑하던 연상의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카트린은 대를 잇는 씨받이 정도로만 여겼다. 

또 문화적으로 앞선 피렌체의 공녀라 해도 일개 도시 상인 집안의 딸일 뿐이었다. 

왕족이 아니어서 무시당했다. 

게다가 카트린은 아들 셋은 모두 프랑스 국왕에 올랐지만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어머니로서 견디기 힘든 삶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트린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여자다운 정열과 기개로 프랑스 왕실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렸다.
이탈리아의 선진 문화를 도입해 프랑스 왕실이 17세기의 바로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어준 여걸이었다.


그다음 세대에도 메디치 가의 여인이 프랑스 왕실로 시집을 왔다.
마리 메디치 역시 메디치 가의 후손으로 기개 넘치게 프랑스 궁정에 이탈리아 재상을 들이고, 이탈리아 스타일의 궁전을 건축하는 등 나름 파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로서 전 시대까지 후진국이던 프랑스는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이탈리아의 선진 문화를 흡수할 수 있었다. 특히 마리의 증손자인 태양왕 루이 14세(1638~1715)는 현대적인 의미의 명품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그는 재상까지 이탈리아인으로 등용했다. 


이렇듯 르네상스 도시 국가에서부터 시작된 이탈리아 명품의 근간에는 장인 정신이 존재한다.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프라다, 구치, 페라가모, 에밀리오푸치, 로베르토카발리, 페라리 등은 모두 이탈리아 장인 가문 출신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들 회사의 본사가 밀라노와 피렌체에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탈리아의 밀라노는 파리와 함께 전 세계 패션의 메카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패션계의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밀라노로 날아간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내놓는 명품의 트렌드를 보기 위해서다.
프랑스 디자이너들도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뼛속까지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인들의 감각은 일단 인정한다.


사람들이 밀라노를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세계의 명품들이 모두 모여 있는 몬테나폴레오네 거리나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에서 감각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명품을 만들어 낸 장인의 숨결이 느끼지는 곳이다.


                                                                                            (출처: <장인을 생각한다.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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