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이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낙양의 남궁에서 술자리를 마련하고
열후와 제상들에게 물었다.
“내가 천하를 갖게 된 까닭은 무엇이며,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은 무엇인가?
고기와 왕릉이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사람을 부려서 성을 공격하고
땅을 빼앗으면 이어서 그에게 주었으니,
천하와 더불어 그 이로움을 같이 하였지만,
항우는 그렇지 아니하여 공로를 세운
사람이 있으면 그를 해치고,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그를 의심하였으니,
이것이 그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유방이 말하였다.
“공은 하나는 아는데, 그 둘은 모르오,
무릇 주판을 움직이고,
천 리 밖에서 승리를 짓는 것에는
내가 장량만 못하며,
백성들을 어루만지고 군량을 공급하고
좋은 군사 공급을 끊기지 않게 하는 것에서는
내가 소하만 못하며,
백만의 무리를 연합하여 싸우면 꼭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 것에서는
내가 한신만 못하오.
세 사람은 모두 인걸인데,
나는 이들을 채용할 수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이오.
항우에게는 범증 한 명이 있었지만
채용할 수 없었으니,
이것이 나에게 패배한 까닭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