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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04.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남유럽 편(3)

아-! 부엘링

아-! 부엘링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공간을 내어준 세르지는 텔레커뮤니케이션 관련 코딩 전문가다. 

덩치가 크고 술을 좋아하는 세르지와 같이 할 시간이 없었는데 

식당을 예약해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가 추천한 식당은 현지인만 아는 최고의 식당이었기에 오늘 예약도 세르지에게 맡겼다. 


저녁 8시경 메트로 역에서 만나 식당 근처로 이동했지만 예약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근처 맥주집에서 식전주를 한잔 했다. 
3가지 다른 맥주를 시켜 맛을 보니 맛의 차가 확실히 느껴졌고 

세르지는 금방 한잔을 마시고는 추가로 한 잔을 더 주문했다. 
덩치만큼 마시는 속도도 빠르다. 


시간에 맞추어 들어간 식당에서 화이트 와인과 타파스 그리고 오징어 먹물 빠에야를 선택했는데 

나오는 음식이 다 맛있다. 
디저트에 에스프레소까지 먹고 마시니 만족한 돼지가 된다. 
자신이 계산하겠다는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숙소에 도착하니 바르셀로나에서의 또 다른 하루가 저문다. 

늦은 시간 메일을 확인한 순간, 

9월 29일 피렌체로 떠나는 부엘링 항공편이 취소되었으니 

다른 편을 선택하던지 환불조치 하겠다는 메일이 떴다. 
피렌체 숙소까지 어렵게 구했는데… 이게 웬 아닌 밤중에 날벼락인가?

서둘어 항공편을 28일 비행기로 예약을 하고 피렌체 숙소로 접촉하니 

늦은 시간이라 연락이 안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항공편은 확정되었으니 무조건 부딪쳐 보는 수밖에…


이른 아침, 짐을 싸고 떠날 준비를 하니, 세르지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항공편이 취소되어 하루 일찍 떠난다고 하니 

자신은 몸이 불편하다며 잘 가라며 악수를 청한다.
내민 손이 땀으로 축축하다. 
밤새 많이 아팠나 보다.
 
 택시로 이동하는 바르셀로나의 아침 거리는 평상시와  차이가 있다. 

늘 출퇴근 시간을 피해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이다 보니 노인 네와 흑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침 출근 시간에는 바쁜 걸음의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많고 출근하는 자동차가 줄을 잇는다. 
대도시의 아침이 활기차다. 



항공 수속을 끝나고 탑승을 대기하는 동안 재인은 공항을 한 바퀴 둘러본다며 떠났고 

돌아온 손에는 박스가 하나 들려 있었다. 
“무슨 박스지?”
“조 마론 향수 하나 샀어요. 

런던에서 비싸서 못 샀는데, 면세점 가격이 싸서 하나 질렀어요.”
“오늘 피렌체 숙소도 못 구해 노숙자 신세인데, 향수는 무슨 향수고. 

그리고 짐은 자꾸 늘려 가지고 어떻게 하노.”
“박스는 크지만 안에 내용물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러면서 박스를 여는데 큰 병 하나에 작은 병 2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럼 작은 것 중 하나는 내가 쓰면 되겠네.”
“네, 그렇게 하셔요. 

피렌체 일은 피렌체 가서 고민하면 되고 여기에서는 주어진 시간을 즐겨야죠.”
“아무렴 그래야지.” 하면서 재인이 뿌린 향수 냄새를 맡아보며 입가에 만족의 미소를 머금는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여느 작은 유럽도시와 비슷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좀 더 지면으로 내려오자 이곳 피렌체의 가옥들이 카트만두와 닮아 있지만 

덜 조밀하고 좀 더 튼튼해 보인다. 

두 곳 다 높은 빌딩이 없다.

비행기에서 본 피렌체의 첫인상에서 메디치 가문과 마키아밸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숨결은 느낄 수 없었다. 
항공기가 거의 지면에 도착하자 오른쪽 창문으로 두우모의 돔 지붕이 보였지만 

여느 건물의 지붕과 차이가 없다. 


나는 왜 피렌체를 그렇게 그리워했으며 왜 이곳을 그렇게 오고 싶어 했을까?
처음 대하는 피렌체의 첫인상은 호기심과 기대에 대한 실망의 두려움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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