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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05.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남유럽 편(4)

전화위복

택시를 타고 찾아간 곳은 내일부터 머물 호스텔, 리셉션에서 만실이라 방이 없다고 한다. 
호스텔 맞은편 돌의자에 앉아 숙소를 찾아본 결과, 

Yellow Square 호스텔에 방이 있어 그곳으로 숙소를 정했다. 
 

리셉션에서 방 배정하는 직원이 더블 침대 한 개와 2층 침대가 1개 놓인 

4인 가족실을 배정해 준다. 
방을 둘러보니 청결상태나 서비스 수준이 호텔에 못지않아  

이곳에 계속 머물지 못하고 옮겨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다.
 

숙소를 둘러본 재인은 수영복을 꺼내 루프탑 수영장으로 나간다. 
‘아버지는 감기에 죽을 고생을 하고 이곳까지 왔는데 

수영장으로 훌쩍 떠나는 재인이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 각자도생 하는 거다.’


저녁시간에 무료 파스타가 준비되어 

Check-In시 받았던 티켓으로 무료 맥주 한잔을 받아와 저녁을 먹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재인이 가졌던 감기 증상이 그대로 나에게 옮겨왔다.

다행히 식욕을 남아 있어 호스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5가지 종류의 아침 메뉴 중 와플과 오믈렛을 시키니
“주스와 커피는?”
“한잔은 오렌지 주스, 한잔은 커피로,”
“그게 아니고, 주스와 커피 둘 다 아침 식사에 포함되어 있으니 종류를 선택하면 돼.
주스는 오렌지, 망고 파인애플이 있고 커피는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어.”
“그럼 주스는 오렌지로 하고 커피는 아메리카노와 라테로.”


자리에 앉으니 주스와 커피를 먼저 가져다주고 진동 벨이 울리면 식당 배식구에서 가져다 먹으라 한다.
식사가 근사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왼손이 옆에 놓인 커피잔에 부딪치며 뜨거운 커피가 쏟아졌다.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알아서, 잠깐만 기다려. 우리 직원이 해결해 줄 테니.”
종이 타월과 행주를 든 직원이 나타나 쏟아진 커피를 깨끗이 닦아주며 커피 한잔 더 줄까?”
미안해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금방 새로운 커피가 탁자 위에 놓인다. 


실수를 저지르면 미안하고 당황하게 되는데 

이들의 배려와 신속한 조치는 미안해하는 마음을 덜어준다.



전화위복

부엘링 항공의 일방적인 운항취소로 숙소도 구하지 못한 채 피렌체로 이동하면서, 

다음날부터 머물기로 한 호스텔에 방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 믿음은 현실에서 거품처럼 사라졌고 

길가에 앉아 숙소를 찾을 때는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숙소로 이동하는 트램은 사람들로 꽉 차, 배낭을 내려놓을 수도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앞, 뒤 배낭이 옆사람을 치니 짜증이 났다.

 

이렇게 도착한 호스텔에서 깨끗한 4인실 방을 두 명이 쓰도록 배치해 주니 고마웠다. 
방의 청결상태와 편안함에 루프 탑 수영장까지 모든 환경이 기대 이상이다. 
수영장에서 친구를 사귄 재인이 친구가 로마에서 같은 체인 호스텔에 머물렀는데 

위치나 서비스가 좋았다고 해서 리셉션에 들러 로마 호스텔 예약을 부탁하니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대신 10% 할인권을 주었다.


여행은 잘못 든 길에서 여행의 진수를 맛본다고 하는데 

우연히 찾은 호스텔에서 여행자를 배려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로마 숙소까지 해결하니 

다시 기운이 솟는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 했는데¸ 
그래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사소한 장애는 나를 더 단단하게 성숙하게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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