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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11.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남유럽 편(9)

트래비 분수, 스페인계단

공용공간의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접속이 끊겼다 이어졌다 하며 속을 태운다. 
견디다 못해 리셉션에 다가가 불만을 토하니 입구 문 비밀번호를 적어주며 직원을 따라가라 한다.
길 맞은편에 위치한 Samrtsquare란 공간은 회사의 사무실처럼 잘 꾸며져 있다. 
이곳에 자리를 잡으니 의자와 책상 그리고 인터넷 연결이 만족스럽다. 
'그래 불편하면 불만만 하지 말고 더 나은 길을 찾자.’   

호스텔 입구에서 2층 침대에서 밤을 새우는 묘기를 보여준 털보를 만나 꺼림칙했지만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말을 건다.
“Good Morning.”
“Good Morning, How are you today?”
“Very Good, 그런데 너희는 어디 출신이니?”
“캐나다에서 왔어. 너는?”
“나는 한국사람인데, 너희 둘은 친구니?”
“응, 둘 다 캐나다인데 이곳에서 만났어.”  
“그런데 너희들은 이곳에 언제까지 머물 거야?”
“하루 더 머물고 섬 쪽으로 떠날 거야.”
“그럼 좋은 하루 보내.”
그래 하루만 더 참자.

털보의 몸에는 문신이 가득했고 옆 친구는 큰 키에 머리가 완전히 벗어졌지만 

어딘지 야생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판테온에서 재인을 만나 주위를 둘러보니 트래비 분수나, 스페인 광장처럼 유명한 곳과 

이름 모르는 광장이나 성당도 곳곳에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시장기가 느껴져 근처 디저트 전문점에서 티라미수와 커피를 사서, 스페인 광장 계단에 앉아 먹으니 맛있다.


케이크와 젤라토 중간 정도의 부드러움에 진하지 않은 단맛을 가진 티라미수를 한 입 먹고 

살짝 단맛이 남아 있을 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단맛과 쓴맛이 절묘하게 대립하며 입안을 중화시킨다. 

맛있게 몇 숟가락을 먹고 있는데 이태리 경찰이 다가와 이곳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다며 쫓아냈지만 반대편으로 옮겨 오후 간식 시간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트래비 분수, 판테온, 스페인 광장 주변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지겹지 않다. 

걷다가 지치면 그늘에 앉아 쉬고, 근처의 젤라토나 에스프레소를 사 먹으며 앉아 사람 구경하다 

지겨우면 다시 걷고, 그러니 금방 해가 저문다.


파스타 전문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는데, 앞쪽 4인 테이블에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 둘과 아빠로 보이는 남자 둘이 식사를 하는데 여러 번 눈이 마주쳤다. 

“한국 분이시죠? 
저도 한국인인데… 따님과 같이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두 분도 딸들과 같이 오신 모양인데.”
“예, 저희는 친구인데, 초등학생과 중학생 딸을 데리고 여행 왔습니다.”
“똑같은 조건인데…”
“저는 딸이 성인이 되어서도 같이 여행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장성한 딸과 함께 여행하는 분을 직접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감사합니다. 그 꿈은 간직하시고 꼭 이루시길…”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건강한 여행 하세요”


어린 딸들과 여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그들은 성숙한 딸과 여행하는 우리의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성숙한 딸이든, 어린 딸이든 아빠와 딸은 로마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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