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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19.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크로아티아 편(1)

두브로브니크

로마에서 7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8시가 조금 넘어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착륙했다.
김해공항 국내선 청사 만한 규모지만 한산한 편이다. 

그런데 공항 부근이 녹지로 형성되어 있어 포근하다. 


숙소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우측에는 나지막한 산이 좌측에는 해안선을 따라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이어진다. 
Old City를 지나 오르막을 한동안 오른 차는 언덕 위 집 앞에 우리를 내려놓고 키를 준다. 

방 하나, 거실 그리고 깨끗한 욕실까지 테라스에서는 비스듬히 바다가 보인다.
대중교통에서 내려 한참 오르막을 걸어야 하지만 좋은 운동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근처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동네 구경을 나섰던 재인이 돌아와 흥분한 목소리로,
“아빠! 여기 아래에 엄청 예쁜 바다가 있어요. 수영복 갈아입고 수영하러 가요.”
“10월 중순에 무슨 수영이고?”
“아니에요. 사람들이 해변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날씨가 좋아 수영하기 좋아요.”
“정말”


수영복을 갖추어 입고 계단을 내려가니 아담한 해변가에 선 베드가 놓여 있고 사람들이 수영을 한다. 
해변가는 자갈로 이루어져 곳곳에 타월을 깔고 누워 몸을 태우고 젊은 남자들은 야구 공보다 작은 고무공으로 배구를 하듯 주고받는데 실력이 보통이 넘는다. 


앉아 있을 수만 없어 물안으로 들어가니 물이 차다. 
나와서 햇볕에 몸을 말리고 물안으로 들어가길 몇 번 하니, 그늘이 해변가를 덮기 시작한다. 
어릴 때 광안리 해변에서 물놀이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나이에 먼 이국 땅 아드리아 해변에서 해수욕이라니… 

참! 사람 팔자 모를 일이다. 

옷을 갈아입고 걸어서 30분 걸리는 Old City를 찾아가는 길이 아름답다. 
우측으로 보이는 잔잔한 바다, 뒤를 돌아보니 낮에 수영을 즐기던 자갈 해변이 언덕 아래 놓여 있다. 
성벽이 눈앞에 나타나자 좌측에는 힐튼 호텔이 우측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을 가진 식당이 작은 광장에는 버스 승강장이 있고 사람들이 붐빈다. 

성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니 그동안 사진으로 무수히 보았던 두브로브니크의 대표적인 거리가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아 놓아 조명에 반짝인다. 
“아빠, 엄마와 통화하면서 이제 유럽의 도시들에 대한 감흥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이곳을 보니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그렇네, 지금까지 들른 나라는 출장을 통해서 가 본 적이 있었지만 크로아티아는 처음인데 느낌이 있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프니 추천받은 식당에 가서 먼저 배를 채우자.”

5성급 호텔 안쪽으로 쭉 들어가니, 앞은 바로 Old Port, 그리고 멀리 산등성으로 보이는 불빛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급 식당이라 비쌀 것이라 생각하고 메뉴를 보니 세트 메뉴가 보여 Meat와 Fish를 선택하고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재인이 시킨 Fish Fillet을 보는 순간 리스본 가정식 식당에서의 통째로 구워 나온 생선구이 생각이 났고, Beef Steak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로마의 숙소 근처에서 먹은 스테이크가 생각났다. 
단일 음식이 아니라 세트 음식을 시켜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분위기나 멋진 풍경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맛이다.

이곳 두브로브니크는 아말피 해안의 아름다움과 리스본의 골목길 그리고 이스탄불의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지만 이태리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했던 맛있는 음식이나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이곳 음식 문제가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이태리에서의 음식이 나의 입맛을 너무 높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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