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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20.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크로아티아 편(2)

소소한 행복

거실 소파를 둘러보던 재인,
“이 소파가 침대로 변환이 된다고 했는데…” 라며 소파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그리고 소파 방석을 들어보니 안에 매트리스 비슷한 것이 철구조물 안에 가득 차 있다. 

등받이 쪽에 고리가 있어 조심스럽게 당겨보니 아니나 다를까. 
로봇이 승용차로 변신하고 승용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듯 소파가 쭉 펴지면서 근사한 침대로 변한다. 


딸아이와 여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침대다. 
호텔에서도 트윈 침대가 아니면 예약하기가 부담스러워 2층 침대가 있는 호스텔이나 거실이 있는 에어 B&B를 선택했다. 
당연히 분리된 방에 별도의 침대를 사용하면 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이런 거실에 침대로 변신할 수 있는 소파가 있으면 편하고 좋다. 
이곳 소파는 Made in Italy가 적혀 있고 침대의 크기로 커 행복하다.  

거실 소파(위), 침대로 변신한 소파(아래)

어제 해수욕으로 젖은 수건과 옷들을 세탁기로 돌리고 건조기에 빨래를 널어 햇살 좋은 테라스에 내놓는다. 
오전 중인데도 햇살이 강하고 뜨거워 빨래 말리기 좋은 날이다. 
건물 벽이 만들어준 작은 그늘에 접이식 의자를 놓고 앉아 앞 건물을 바라보니 뚱뚱한 남자가 셔츠 차림으로 벽에 페인트 칠을 한다. 
그 앞 길에는 뚱뚱한 아빠 손을 잡은 귀여운 여자애가 뭔가를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왼쪽 건물 사이 돌산 밑으로 들어선 빨간 지붕의 집들을 보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드리아 해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옆에 놓인 빨래를 손으로 만지니 빨래가 말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땀에 절은 옷들을 세탁한 후, 뜨거운 태양 아래 늘어 마른빨래를 걷는 아내의 모습은 언제나 행복해 보였다. 

오늘 딸아이가 세탁한 빨래가 크로아티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말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나 또한 행복하다.
‘인생! 별 것 없다. 

잘 말라가는 빨래만 보아도 행복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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