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내 Oct 23.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크로아티아 편(4)

여행자의 고달픈 하루(객기, 착각, 오판)

아침에 눈을 뜨자 
“아빠 오늘 오후에는 배를 오래 타고 이동해야 하니 아침 겸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출발합시다.”
“그래 뱃멀미를 할 수도 있으니 배를 든든히 채우고 출발하자.”
“그런데 근처에 비싼 호텔 식당 외에는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없네요. 평점은 높은데 가격이 비싸네요.”
“그럼 이럴 때 좋은 곳에서 식사 한 번 하지.”


숙소 근처 5성급 호텔 로비를 들어선 순간 아래로 계단식 방들이 테라스를 끼고 나타났고 그 아래에 해변에는 선 베드와 파라솔이 펼쳐져 있으며 그 너머로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가 보였다.
 

로비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가
“식사할 수 있나요?”
“지금 이곳은 브레이크 시간이니 해변가 식당으로 내려가세요.”


해변 근처 테이블에 자리 잡고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커피 한잔을 시켜 나눠 먹으니 계산서와 볼펜을 가져다주며 방 번호를 묻는다. 
“이 호텔에 머물지 않아 방 번호가 없는데…”
그러니 볼펜은 가져가고 계산서만 남겨 놓는다.

햄버거 하나를 나누어 먹으니 두 사람 배를 넉넉하게 채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객기는 부릴 줄 알았지만 그 객기를 유지할 베짱이나 재력이 없다.

스플리트를 가기 위해 교통편을 검색하던 재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네요. 

버스를 타는 방법과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인데, 시간은 비슷하게 걸리지만 배를 타는 게 요금이 두 배네요.”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겠지. 버스는 타 보았으니 배를 타고 이동하자.”
그리고 현태는 크루즈 선박을 상상하며 배 타기를 기다렸다. 


막상 도착해 눈앞에 놓인 선박은 크루즈 선도 아니었고 하물며 선실에서 밖으로 나올 수도 없는 여객선인 것을 보고 실망을 감추지 못하자,
“그럼, 아빠는 어떤 배를 상상한 거예요. 혹시 크루즈 선이라도 타는 줄 알셨어요.”
속 마음을 읽혀 버린 현태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사진을 찍는다. 

 스플리트 숙소 소개를 마친 호스트 Ana에게 
“Ana,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는데 식사 가능한 식당 추천해 줄 수 있나요?”
“그럼 자료를 정리해 5분 후에 보내 드릴 게요.”

Ana가 보낸 식당 중 선택한 것은 Sushi전문 식당, 늦은 시간에도 자리가 없어 10분을 기다려 메뉴판을 받아보니 와인이 한잔에 4.5유로 마키와 롤도 5-6유로 저렴했지만 와인은 와인대로 음식은 음식대로 양이 너무 적다. 
추가로 2 종류를 더 주문했지만 배 채우기를 포기하고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맥주나 간식거리로 부족함을 채울 생각으로 식당을 나왔다. 

오던 길에 봐 두었던 마트 앞에 도착하니 영업시간이 끝나 문을 닫았다. 
숙소까지 오는 내내 맥주 살 곳을 찾아보았지만 없다. 

아침에는 객기로 오후에는 착각으로 저녁에는 오판으로 헛발질만 하고 침대에 누우니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하고 배가 고프다. 
‘아, 여행자의 고달픈 하루여!’


작가의 이전글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크로아티아 편(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