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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25.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크로아티아 편(6)

스플리트에서의 만찬

아침에 숙소를 나서니 어제 비 온 뒤, 기온이 많이 떨어져 사람들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해변가 중심에서 벗어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식당을 찾아 강성 돔 구이를 주문하니 한 마리를 통으로 구워 나오는데 맛있다. 
가격도 관관객들이 붐비는 곳보다 저렴해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옆 재래시장을 찾아 꿀과 과일을 사고 근처 마트에서 닭고기와 작은 와인 그리고 맥주를 구입해 저녁을 준비한다. 
인덕션을 켜는 방법이 우리와 달라 한참을 헤매다 호스트에게 연락을 하고서야 불을 켤 수 있었다. 
냄비에 물을 올려 닭다리를 깨끗이 씻어 넣고 마늘을 까 넣은 후, 테이블을 세팅하고 빵을 잘라 놓고 과일을 담아 놓으니 저녁상이 모양을 갖춘다.


와인까지 따르고 돌아온 재인과 마주 앉아 스플리트에서의 만찬을 즐긴다. 
그래 세상 별 것 없다. 
이렇게 삶은 닭다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걸!

스플리트 기차역

스플리트 해변가는 화려하다. 
크기를 가름하기조차 힘든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고 여러 곳으로 오고 가는 여객선 터미널이 있으며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요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선박들이 해변가를 화려하게 장식한 도로 건너편에는 존재감조차 느낄 수 없는 조그만 건물이 스플리트 기차역이다. 
작은 역사 안에는 열차를 타려는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고 드문드문 승차권을 사는 사람들이 창구를 찾는다. 

아침 8시 14분 자그레브를 향해 출발한 2칸짜리 열차는 흔들림이 심하고 역방향이라 바짝 긴장이 된다. 
중간에 두 번 정차한 역에서는 열차에서 내려 가볍게 스트레칭도 해본다. 


출발한 지 7시간이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자그레브 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숙소 주소를 주니 확인 후 출발하면서 미터기를 켜지 않는다.
‘미터기를 작동하지 않는 경우 대부분이 바가지요금인데…’
요금을 확인하려 백미러에 비친 앞 좌석 기사의 얼굴을 보니 젊고 이목구비가 뚜렷한데 눈빛은 불안하고 얼굴이 어둡다. 
‘그래 어떻게 나오나 보자.’


숙소에 도착하니 35유로를 요구하며 인심 쓰듯이 30유로로 깎아 준다. 
10유로면 충분한 거리인이지만 언쟁을 하기도 싫고 피로와 허기에 찌들어,
'10유로는 다시 세상을 배우게 한 교육비이며, 나머지 10유로는 너의 불안하고 어두운 삶에 대한 나의 적선이다. 비록 가난한 여행자의 등을 쳐 번 돈이지만 정당하고 좋은 곳에 사용해라.’
주머니에서 30유로를 꺼내 기사 손에 쥐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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