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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27.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크로아티아 편(8)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어둠이 걷히기 전, 인덕션에 불을 켜고 밥을 삶고 야채를 썰어 이른 아침을 준비한다.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플리트비체로 가는 일정이라 밤새 잠을 설쳤다. 

숙소를 나서니 이른 아침을 여는 사람들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고 한참을 걸어 버스터미널이 가까워지자 먼동이 튼다. 

붉게 물든 동쪽 하늘을 보며 일출이 주는 경이로움도 지금까지 보았던 일몰의 아름다움에 못지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버스 출발 시간보다 40분 일찍 도착한 자그레브 버스 터미널 한산하지만 매점과 식당의 문은 열려 있고 곳곳에는 빵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터미널 내 유료화장실은 0.4유로를 넣어야 들어갈 수 있고 버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좁고 경사져 큰 캐리어를 들고 온 승객들은 이곳을 내려오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버스 출발 시간이 10분이나 지났는데도 누구 하나 이유를 알려 주거나 알려하지 않는다.
15분이 지나 승강장에 모습을 나타낸 버스를 타고 자그레브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린 후 국도로 접어드니 2차선 도로가 편도 1차선으로 바뀌고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 가까워지자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버스가 P1에 도착하니 버스 승객 중 한국인을 제외한 모든 승객이 이곳에서 내렸고, 남아 있던 한국인들은 모두 P2에서 하차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H코스’는 상층부에서 시작해 하층부로 내려가는 일정으로 이곳 P2에서 투어를 시작한다. 

흐린 날씨에 성수기를 지나서인지 P2에서 투어를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입구로 들어가는 표지판도 명확지 않았고 공원 입구에는 호텔과 식당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큰길을 따라 내려가니 표를 검사하고 어느 코스를 선택할 건지 물어보아 ‘H 코스’라 답하자, 3칸짜리 버스를 타라고 한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St.3 정류장에 내려놓았고 여기서 ‘H코스’ 표지판을 따라 플리트비체 여정이 시작되었다.   

 

호수를 따라 통나무로 만든 길들이 이어지며 간간이 나타나는 작은 폭포들을 사진 찍으며 한가히 호수가를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준비한 간식을 먹는다. 

상류층을 둘러보고 호수에 도착하니 유람선이 호수 아래쪽으로 데려다주고 이곳부터 사람들이 현저히 많아졌는데 중국말을 사용하는 단체 관광객이 반 이상을 차지했다. 
내려가는 사람과 올라오는 사람 그리고 아래쪽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 아래를 보니 여러 개의 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작은 호수의 물빛이 신비한 푸른빛을 발한다. 
폭포를 아래로 내려다보고 감탄하며 계단을 내려가니 끝도 없이 치솟은 언덕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폭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갑자기 나타난 폭포에 “와” 하고 환호성이 터진다. 
폭포 앞 광장을 메운 관광객들은 앞 다투어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하층부를 둘러보고 언덕을 오르니 언덕을 따라 호수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곳곳에 위치한 전망대에는 걸음을 멈춘 관광객들이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전경을 말없이 바라본다. 
인간의 존재를 나약하게 만드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혀를 내두르며 마지막 전망대를 빠져나오니 버스가 다시 St.2로 데려다주며 여정을 마친다. 


우리가 선택한 ‘H코스’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코스인데 상층부에서 하층부로 내려와 걷는 것도 부담이 적고 코스 전체 일정이 잘 짜인 각본 같다.

상단부터 서서히 고조된 감흥이 3단 폭포에서의 클라이맥스를 이루었고 이 절정의 감동을 전망대를 통해 전체 전경을 보며 마무리로 이어지는 자연이 만든 최고의 영화 한 편을 보았고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긴 여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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