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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28.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크로아티아 편(9)

자그레브 식당

재인의 지인을 통해 추천받은 식당은 옐라치치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피해 4시 반에 식당을 찾았다.
자그마한 식당 내에는 벽에 고정된 탁자에 의자 4개가 놓여 있고 반대편 작은 식탁에는 2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그리고 출입문 양쪽에는 작은 탁자 2개, 이것이 식당의 전부다. 

다행히 손님이 없어 출입문 앞 식탁에 자리를 잡고 치즈와 샌드위치 그리고 맥주와 와인을 주문하니 치즈에 호두, 말린 무화과와 무화과 잼, 그리고 올리브기름과 빵을 가져다준다
빵을 찢어 치즈를 올리고 호두 한쪽을 올려놓고 맥주를 쭉 들이킨 후 입에 넣어 씹으니 맛있다. 
재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샌드위치를 베어 문 재인의 입가에도 만족의 미소가 가득하다. 

맥주 한잔을 금방 비우고 또 한잔을 주문하니 음식 맛이 어떠냐고 묻는다.
“정말 좋은데, 여기 앉아 밤새 술 마시고 싶은데 괜찮겠어.”
“물론 괜찮지.”
“하지만 너는 8시면 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잖아.”

 “내가 간 후라도 앉아서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
 “그런데 너 이름은 뭐지.”
 “니콜라스이며 여기서 식당 한 지는 7년째야.”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와인 한잔을 추가하고 송로버섯이 들어간 샌드위치까지 먹으니 포만감과 달아오른 취기에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 
디저트로 주문한 에스프레소 마저 이태리 못지않은 좋은 향과 맛이 난다. 
계산서를 청구하니 47유로 만족한 식사에 만족한 가격이다.
금요일 저녁 크로아티아에서의 마지막 저녁 풍요로움에 더 이상 욕심이 없어진다.


크로아티아를 떠나며

크로아티아는 인구 400백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면적은 880만 ha로 우리나라의 90% 정도의 넓은 나라다. 
1991년도에 유고공화국에서 분리되어 독립했고 유럽에서는 발칸의 진주라 불리며 유럽 관광객들이 선호했던 곳이지만 우리에게는 최근에 알려졌다.


10월 11일부터 21일까지 10박 11일을 머물면서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여름 날씨를 자그레브에서는 겨울의 추위를 경험할 만큼 짧은 시간에 다양한 기후를 경험했고, 철도 연결은 서유럽에 비해 원활치 못하며 해안 도시이동은 배편이 용이했다. 


수도 자그레브는 현지인들 주도의 삶이 정착되어 있지만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는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삶의 중심이 관광객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관광객이 많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지만 서민들에게는 오르는 물가와 지역의 전통성을 잃어버리는 부작용도 따른다는 사실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그레브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온 플리트비체는 자연의 위대함을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인이 된 지인 한 분이 미국 그랜드 캐넌을 다녀와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며 가 볼 것을 추천했지만 흘려 들었는데 플리트비체를 보고서야 그분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자그레브 버스 터미널에서 느꼈던 옛 공산국가의 잔재는 1990년 초 중국에서 느꼈던 비효율성과 일치했지만 곳곳에서 공사가 이루어지는 모습은 크로아티아의 달라지는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선착장으로 우리를 태워 주던 할아버지는 선착장 앞이 마라톤 경기로 차량이 통제되자 우회도로를 찾아 우리를 내려주었고, 걱정이 되든지 재인의 가방을 들고 서둘러 배 타는 곳까지 와서 줄 서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인사하며 돌아갔다.|

이런 모습이 플리트비체의 경이로움과 함께 크로아티아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다른 서유럽 나라와 달리 아직도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는 크로아티아,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하면서 예술과 음악의 도시 비엔나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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