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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31.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비엔나 & 프라하(2)

빈 미술사 박물관

빈 미술사 박물관

일요일 아침 한적한 거리를 걸어서 찾아간 곳은 빈 미술사 박물관 먼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동상 앞에 책상을 놓고 오스트리아 정통 복장한 남자들이 공연 티켓을 팔고 있다.
“무슨 티켓이지?”
“음악 공연인데 너희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한국에서 왔는데…”
“나 한국말 좀 할 줄 알아, 안녕하세요? 오늘 8시 15분 공연티켓을 팔고 있어요.”
이렇게 시작된 대화로 결국 티켓을 구매하게 되었고
“이번 티켓은 너 때문에 구입했으니 만약 재미가 없으면 내일 이곳으로 찾아와 환불을 요구할 거야.”
“좋아, 재미없으면 환불해 줄 테니, 재미있으면 커피 한잔 사줘.”
슬그머니 던진 농을 재치 있게 받아치는 순발력에 기분 좋게 카드를 꺼내 요금을 지불한다. 

빈 미술사 박물관 반대편은 자연사 박물관이 쌍둥이 빌딩으로 자리를 잡고 중앙 광장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동상을 중심으로 잘 가꾸어진 장원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미술사 박물관을 들어서는 순간 루브르나 오르세, 프라도에서 느낄 수 없었던 화려함과 웅장함이 미술사 초보자의 기를 꺾어 놓는다. 

회화관 중앙에 위치한 카페에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먼저 배를 채우고 둘러보는 건 어때.”
“좋죠.”
“그럼 여기서 점심을 먹고 천천히 박물관을 둘러보자.”


자리가 나길 기다려 메뉴판을 받아 드니 가격이 만만치 않아, 
“나는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으로 결정했다.” 라며 메뉴판을 덮자, 메인 식사 코스를 눈여겨보던 재인 역시
“저도 카페치노 한잔에 초콜릿 케이크로 하겠어요.” 라며 메뉴판을 접었다. 
역시 호기는 있지만 배짱과 재력이 안 따른다.

라파엘과 루벤 그리고 램브란트의 자화상을 보고 과일이나 생선 등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린 작그림까지 수준 높은 작품들에 만족하며 피테르 브뤼헐의 <바벨탑>을 보고, 아래층에 있는 벤베누토 첼리니의 조각품 <소금통>을 마지막으로 빈 미술사 박물관 관람을 마쳤다.

중국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오늘 구매한 저녁 공연이 궁금해진다.  
“비엔나는 음악 수준이 높아 좋은 연주자와 관객이 공존하는 곳이니 바가지 쓰지는 않았겠지?”
“유튜브에서도 관광객들을 위한 공연들을 추천하는 만큼 실망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 음악과 예술의 도시에 왔으니 최소한 음악 공연은 보고 가야지.”


시회자가 무대에 올라 사진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며 공연 시작을 알리자 5명의 현악기 연주자, 1명의 관악기 연주자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 1명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연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추어 남녀로 구성된 무용수가 춤을 추기도 하고 남녀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클라이맥스는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바이올린 연주자의 현란한 연주로 막을 내렸고 관객들은 모든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는다. 
박물관 관람길에 우연히 구입한 공연 티켓이었지만 비엔나는 수준 높은 음악 도시임을 실감케 하는 저녁 시간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공연의 감흥이 가시지 않아
“숙소 들어가기 전, 맥주 양조장에서 맥주 한잔 하는 건 어때.”
“아빠, 나는 비엔나에서 볼 게 너무 많아 내일은 일찍 나가야 해요. 맥주를 마시고 싶으시면 혼자 마시고 오세요.”
이런 날은 맥주 한잔을 마셔 주어야 하는데 재인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자 
“그럼 할 수 없지. 일요일이라 마트도 문을 닫았고, 지하철을 내려 맥주집에서 사 가야겠다.”
맥주 양조장에서 Take-out용 병에다 1리터를 채워 즐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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