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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Nov 01.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비엔나 & 프라하(3)

레오폴드 박물관

우연히 에곤 실러의 <자화상>이란 그림을 보고 심하게 맞아 멍이 든 것 같은 얼굴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레오폴트 미술관을 찾은 이유는 이곳에 전시된 그의 그림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현대식 건물로 3층에는 에곤 실러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의 멘토이자 스승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은 4층에 전시되어 있었다. 

1890년에 태어나 1918년도에 세상을 떠난 에곤 실러는 그의 짧은 생애에 비해 많은 미술 작품을 남겼고 레오폴드 미술관은 그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다.

에곤 실러의 그림을 보고 돌아서 나오는 길은 인생의 고뇌와 함께 생각이 많아진다.
여행자의 고된 하루에 에곤 실러가 주는 삶의 무게마저 짊어지니 발걸음이 무겁다. 

비속으로 사라진 할슈타트

오늘은 할슈타트를 방문하는 일정이었지만 강수 확률이 90%를 넘어 취소하고 늦은 아침을 먹는다. 
미술관 방문을 위해 재인이 떠나자 넓은 숙소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2시가 넘어 근처 마트에 들러 재인이 떠나면서 부탁한 물과 채소류를 구입하고 맥주 2병에 허기를 달랠 빵을 구입해 숙소로 돌아온다. 


쟁반에 햄과 소시지 그리고 치즈를 놓고 빵을 찢어 꿀에 발라 치즈와 햄을 번갈아 놓고 먹으니 맛이 있다. 
목이 메면 잔에 따른 맥주로 목을 적시니 혼자 먹는 식사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비 오는 비엔나 거리를 거닐어 찾아간 곳은 슈테판 대성당 비옷을 입은 관광객들이 외부 사진을 찍고 내부에는 바람막이를 입은 관광객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사진을 찍는다. 

지하철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비속에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손에는 스마트 폰을 든 재인의 통화 내용은 오늘 내가 무엇을 먹었고 어디에 갔으며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아내에게 고해바치고 있다.
같은 숙소를 쓰고 같은 일정으로 여행을 하고 있지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감시하고 다른 사람은 감시를 당하고 있다. 
예서 이것은 감시가 아니라 관심이라 생각해 보지만, 불현듯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감시당하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래 감시면 어떻고 관심이면 어떠랴. 딸아이와 사이좋게 여행하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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