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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Nov 03. 2023

현태와 재인의 유럽여행 70일, 비엔나 & 프라하(5)

전화위복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이동하는 열차는 유레일 패스를 사용해 시간은 지정했지만 좌석은 지정하지 않았다.
11시 10분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플랫폼은 인파로 가득했고 간신히 좌석을 확보해 앉았지만 예약석이라 쫓겨 구석자리로 밀려났고 재인과는 같은 칸에는 자리가 없어 이산가족 마냥 떨어져 앉았다. 


열차가 체코 브르노에 도착하자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월등히 많아 구석자리마저 예약자에게 빼앗기고 피난민 마냥 물 한 통과 윗옷을 들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며 빈좌석을 찾았지만 없다. 
1등석 전체를 뒤져도 빈 좌석이 없어 더 앞으로 나아가니 출입문에 <Business>라 적혀 있고 3개의 좌석이 별도의 룸으로 나누어져 있다. 


순방향으로 1개의 좌석이 역방향으로 두 개의 좌석이 서로 마주 보게 배치되어 있는데 순방향에 대머리의 젊은 친구가 앉아 있어 앞 좌석을 가리키며 앉아도 되는지 묻자 흔쾌히 ‘OK’라 한다. 

조금 지나자 젊은 여자가 큰 캐리어를 끌고 나타나 앞 좌석 대머리에게 캐리어를 선반에 올려 주길 부탁하자 큰 가방을 번쩍 들어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열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자 옆 좌석의 여자와 앞 좌석의 대머리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분명 독일어는 아니고 프랑스 말과 비슷하지만 프랑스어도 아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끊어진 틈을 이용해
“지금 대화하는 언어가 어느 나라 말이죠?”라 물으니
“체코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왜 그러시죠?”
“독일 말처럼 강하지 않고 프랑스 말처럼 부드럽지는 않지만 옆에서 들으니 참 듣기 좋네요.”
“맞아요. 체코어 대화는 음악을 듣는 듯 감미롭죠.”


그때 기차표를 검사하는 역무원이 들어와 내가 가진 표는 1등석 표로 이곳 비즈니스 석에는 앉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어떡해. 1등석에 자리가 없어 밀리고 밀려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로 가란 말이지.”
“10유로를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여기에 앉아 갈 수 있고 무료 음료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으니 그렇게 해.”
“좋아 그렇게 하지.”
멜빵 가방에서 신용카드를 꺼내자 
“카드는 넣어두어. 10유로 결제는 다른 사람이 와서 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오지 않을 수도 있어.” 라며 방을 나간다.  


조금 지나자 서비스 직원이 방으로 들어와 음료 주문을 받아 주문한 대로 대머리는 슈니첼에 맥주를, 옆 좌석여자는 카페치노를 나에게는 아메리카를 가져다준다. 

좌석을 예약하지 않아 쫓겨 다니는 신세였지만 좋은 좌석에 앉아 좋은 사람들과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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