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평가
이른 새벽 시간, 정신은 맑아지고 생각이 꼬리를 문다.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머리카락이 빠져 이마와 정수리가 훤히 드러난 내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걸린다.
‘가발을 맞추던지, 전문 헤어 디자이너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나 때문에 민폐를 끼치면…’
생각이 깊어 지자 조심스럽게 잠자리에서 나와 거실 복도 한편에 선다.
모델 걸음으로 반대편 창문 앞으로 걸어가 자세를 취한 후, 왼발을 ‘T’ 자로 놓고 부드럽게 턴을 한다.
창문 밖 어둠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 우습기는 하지만 참 대견스럽다.
‘그래 세상 뭐 있나?
나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 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