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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Jun 11. 2024

그리스 신화 - 에코와 나르키소스

메아리와 자아도취증의 기원

흔히 메아리로 번역되기도 하는 에코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이다. 

에코의 본래 이름은 오로스인데, 산의 요정으로 매우 수다쟁이였다. 
또 에코는 아주 아리따운 처녀 요정으로 미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총애했다고 한다.

 

그런데 에코는 아르테미스 여신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헤라에게 미움을 받았다. 
에코가 헤라의 눈을 피해 제우스의 불륜 행각을 감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람둥이 제우스는 요정에게 눈독을 들이곤 했는데, 에코와 그녀의 친구들도 제우스가 자주 찾는 요정이었다. 
헤라는 이 때문에 늘 요정과 제우스의 행동을 감시했다. 

그래서 제우스가 요정에게 다가가면 헤라도 몰래 그 뒤를 밟곤 했다.  

 

한 번은 제우스가 어느 요정에게 몰래 다가가 사랑을 속삭이려 했다. 
당연히 헤라는 그 요정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때 에코가 먼저 헤라를 발견하고 일부러 말을 걸어 제우스에게 근처에 헤라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 덕에 제우스는 무사히 자리를 모면할 수 있었고 제우스가 눈독을 들인 요정도 헤라에게 들키지 않았다.


헤라는 그 일로 화가 잔뜩 나서는 에코를 미워했고, 급기야 수다쟁이 에코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헤라는 에코를 다른 사람이 한 말의 마지막 마디밖에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곧 메아리의 원조가 되었다는 것이 에코 신화가 탄생한 계기다.


그렇듯 말을 잃어버린 에코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바로 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이었다. 
나르키소스는 나르시스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 그를 보는 여인은 첫눈에 반해버리곤 했다.  


그래서 수많은 처녀가 나르키소스에게 구애했지만 그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요정 에코 역시 그를 보고 사랑에 빠졌지만, 역시 그는 냉담했다.

말을 잃어버린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연모해서 몰래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비록 자신의 사랑을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그래도 반드시 구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불러댔다. 
그러자 에코는 그의 끝말을 따라 하며 메아리 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나무 뒤에 숨어서 들려주는 소리였다. 
그 때문에 나르키소스는 에코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소리쳤다.
"누구야? 이리 나와!"
에코는 "이리 나와!"라고 따라 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팔을 벌리고 그를 안으려고 하자 나르키소스는 몹시 화를 내며 떠나버렸고, 절망한 에코는 그 주변의 동굴에서 외롭게 지냈다. 
홀로 남겨진 그녀는 나르키소스에 대한 열망이 더욱 심해져 날로 몸이 말라가더니 어느덧 형체는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에코를 피해 떠난 나르키소스는 여전히 세상 그 누구에게도 사랑의 감정을 품지 못했다.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은 비단 여인뿐 아니라 남자까지 구애하게 만들었다.  

그중 아메이니아스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 역시 나르키소스에게 구애했다가 냉담한 반응에 절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언젠가 나르키소스에게 받은 칼로 자살해 버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는 신들에게 기도했다.

"다른 사람은 거들떠보지 않는 나르키소스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아메이니아스의 기도를 들은 분노의 신 네메시스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 무렵, 나르키소스는 숲 속을 지나다 목이 말라 맑은 샘물에 몸을 숙이고 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물속에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이 있어 저도 모르게 입맞춤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 깜짝 놀라며 물속에 있는 사람이 자신임을 깨달았다.

그제야 나르키소스는 그간 자신에게 구애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하게 되었다. 


나르키소스는 짝사랑의 고통을 되새기며 오로지 죽음만이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것은 결국 자살로 이어지고 말았다.

나르키소스가 죽자 숲 속의 요정들이 그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모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가 죽은 자리엔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꽃을 나르키소스라고 불렀으니, 바로 수선화다.

 

한편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용어가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즘이란 자기애 또는 자아도취증이라고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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