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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Jun 14. 2024

그리스 신화 -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

오디의 전설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는 뽕나무 열매 오디의 색깔에 얽힌 사연을 담고 있다. 

본래 오디는 눈처럼 새하얀 순백색이었다가 피 같은 진홍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사연에는 피라모스와 티스베라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숨어 있다.


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세미라미스 여왕이 다스리는 도시 바빌론에 살았다. 
그들은 그야말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이웃사촌이었다.  

피라모스는 용모가 준수한 청년이었고, 티스베는 주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친해져 사랑하게 되었고, 곧 결혼을 갈망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양쪽 부모는 이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은 드러내 놓고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래도 서로 교감할 방법이 있었다. 
두 집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었는데 벽에 두 사람만 아는 작은 틈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그 틈이 바로 그들의 소통 통로였다.

 
그들은 매일같이 작은 틈을 통해 사랑을 속삭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벽만 없다면 서로 체온을 나누고 키스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밤에 몰래 집을 빠져나가 아예 도시를 벗어나 들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들이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맑은 샘가에 있는 뽕나무 밑이었다. 
그때 뽕나무에는 눈처럼 하얀 오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티스베가 먼저 집을 빠져나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으나 아직 피라모스는 오지 않았다. 
티스베가 뽕나무 아래서 피라모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달빛에 비친 사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두려워진 그녀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그곳을 떠나 위험을 모면했다. 

그런데 티스베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겉옷을 그곳에 두고 갔다.  

그리고 사자는 그녀의 외투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사자가 찢어 놓은 외투에는 어떤 짐승의 피인지 알 수 없지만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티스베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사자가 짐승을 잡아먹은 모양이었다.

 
 

사자가 그 자리를 뜨고, 피라모스가 뽕나무 아래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피로 얼룩진 티스베의 외투를 발견했다. 
주변을 보니 사자의 발자국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피라모스는 티스베가 사자에게 잡아 먹힌 줄 알고 절망하며 울부짖었다. 
자기 때문에 사랑하는 티스베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는 찢어진 그녀의 외투에 입맞춤을 하고는 칼을 꺼내 자기 옆구리를 찌르고 말았다. 
그러자 피라모스의 몸에서 분출한 피가 순백의 오디를 붉게 물들였다.

  


한편 사자를 피해 자리를 떴던 티스베는 다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뽕나무 아래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도 순백의 열매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티스베는 나무 주변을 살펴보다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곳에는 피라모스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티스베는 죽어가는 피라모스를 안아 올려 그의 입에 키스하며 제발 눈을 떠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피라모스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그제야 티스베는 자신의 찢어진 외투를 발견하고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연인이 죄책감에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을 안 그녀는 티스베의 몸에 꽂혀 있던 칼을 뽑아 자기 몸을 깊숙이 찔렀다.  


그녀는 죽음조차 자신들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말을 하며 피라모스의 몸 위로 쓰러졌다.

이후로 오디는 순백색이 아니라 피 같은 진홍색으로 변했고, 곧 영원한 사랑을 기념하는 과일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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