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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12. 2024

흑사병보다 위협적인 한국의 저출산

대한민국 인구 대역전

인구의 증감이 부동산에 마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1960 - 70년대에는 베이비 붐 세대가 태어난 시기로 인구증가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 시기에는 "둘만 나아 잘 기르자." 또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로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시대가 변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지만 인구는 감소추세로 돌아섰고 그 감소의 진행 속도가 빨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인구 감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출산율 하락은 전 세계  트렌드

2022년 11월 15일 유엔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인구가 80억 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1974년 40억 명에서 48년 만에 두 배가 됐고, 2010년 70억 명을 돌파한 뒤 12년 만에 10억 명이 불어난 것이다.

인구 증가 속도를 보면 과잉인구로 인한 문제점을 걱정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 저출산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2.1명 미만인 국가는 2010년 98개국에서 2021년 124개국으로 늘었다.

합계출산율 2.1명은 한 나라가 현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치다. 
즉 2.1명 이하의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향후 인구 감소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자료 집계가 가능한 국가의 절반 이상, 국내총생산(GDP) 기준 상위 15개국이 모두 이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20세기 이래로 꾸준한 출산율 감소를 목격하고 있다.


2021년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2.32명으로 유엔이 지표를 만든 1950년 이후 최저치였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대 2.1명의 벽이 깨지고, 2100년께는 1.84명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륙 기준으로는 아시아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한동안 세계인구 1위 자리를 지켰던 중국은 2021년 1.16명,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는 2.03명이었다.  
유럽은 1975년 2.07명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북미는 1972년 2.01 명을 기록했다.


아직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 대륙인 아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프리카는 4.31명으로 전 세계 대륙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역시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엔은 2050년 이후 아프리카의 출산율이 3.0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흑사병보다 위협적인 한국의  저출산

출산율 감소가 세계적인 현상이고 특히 선진국에서의 저출산은 필연에 가깝다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한 경고음은 과장된 것이라고 봐야 할까.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출산율 하락 속도와 그 수준이 처참하리만큼 빠르고 심각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연간 기준 0.72명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이 같은 출산율이 계속된다면 젊은 인구가 현재 100명일 경우 2100년엔 그 숫자가 6명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돼 지금으로부터 26년 뒤인 2050년엔 인구가 4333만 명이 되고 약 800만 명의 한국인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례적인 저출산 현상을 두고 전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에서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0.7 명대의 합계출산율을 설명하며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 같은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서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 세대는 불가피하게 방치되고, 엄청난 유령도시와 황폐해진 고층빌딩이 생기고,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합계출산율이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 남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더 큰 문제는 하락 속도 역시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 감소율은 1960~2021년 217개 국가·지역을 통틀어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출산율은 1960년 5.95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90%에 가까운 감소율을 보였다. 

초저출산의 지속 기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2002년 이후 2023년까지 22년간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인구 1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는 기간 역시 세계 1위였다.
20년 이상 초저출산을 기록한 지역은 한국과 홍콩, 마카오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46년부터 일본을 넘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고, 2062년에는 홍콩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얻게 된다.

 

심각한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도 쏟아부어졌다. 
2006년부터 본격적인 '저출산 예산'이 등장했고 2023년까지 17년간 400조 원 안팎의 세금이 '저출산 예산' 명목으로 사용됐다.

2006년 2조 1000억 원 수준이었던 연간 저출산 예산은 2016년 21조 4000억 원으로 10배가량 증가했고, 2022년엔 50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2023년 시행계획에서도 약 48조 2000억 원이 저출산 대응 예산 규모였다.

 

정부의 노력에도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각종 양육 지원 제도와 정책을 실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사회·문화적 환경 탓이 크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실제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2위에 올랐다.  

1위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 임신 및 출산·육아 지원 제도가 있더라도 사용하기 어려운 기업문화 때문에 일·가정 양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기혼 여성 5명 중 1명은 직장에 다니다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단절의 주된 사유는 육아였다.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한 여성은 56만 7000명으로, 전체의 42%에 달했다.
결혼을 경력 단절의 이유로 꼽은 여성은 26%였고 임신·출산은 23%, 자녀 교육은 4%였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하듯이 파격적인 출산장려금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1억 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종전 지원금 7200만 원에 인천시 자체 예산 2800만 원을 보낸 것이다. 
충북 영동군은 국비와 도비에 군비를 합쳐 최고 1억 2430만 원을 지원하고,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 10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신혼부부가 수년간 거주할 것을 약정하면 수억 원의 대출을 지원하고, 자녀를 출산하면 빚 일부를 탕감해 주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했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를 책임지는 내수시장 역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건설 분야가 대표적이다. 
은퇴자들은 70세를 전후로 소득을 통해 노후 생계비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져 소유한 주택을 처분하며 부족한 생계비를 보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은퇴 연령의 자산 구성을 분석한 결과 70세 이후 실물자산 규모가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주택 수요층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40세 미만 청년 가구는 가족 형성이 지연되고 가구 수와 가구당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서 이전 세대에 비해 주택 면적을 줄일 뿐 아니라 자가 수요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특히 청년 가구는 취업 부진으로 자산 축적이 더디지만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 상승률이 워낙 높아 자가 주택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실제로 70세 이상의 주택 순매도가 증가하는 동안 40세 미만의 순매수는 꾸준히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멸위기지역을 중심으로 빈집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2022년 말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2.1%로, 주택 수가 가구 수보다 많다. 
전국에서 주택 보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113.2%)이었다. 
이어 전남(112.4%), 충북(111.6%), 충남(110.3%) 순이었다.


사업성이 낮은 지방 소재 주택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빈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도래하는 노후 아파트가 2016~2025년 가장 많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어려운 아파트는 빈집 전환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급속한 고령화도 큰 문제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1048만 명에서 2050년 1784만 명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목표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8.1% 감소하는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8% 증가한다.


인구가 감소 요인 중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 
출산 장려 정책도 필요하지만 살기 좋은 사회,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예로부터 "천수꾼은 천 가지 걱정, 만수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고 했다. 
이 말은 경제적인 풍요가 모든 인생사를 해결할 수 없고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옆집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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