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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13. 2024

대한민국 인구 대역전

늘어나는 1-2인 가구

정상 가족 규범의 약화는 2000년대 들어 더욱 심화됐다. 
네 명이 한 가족을 이루던 1990년대와 달리 2020년에는 평균 가구원 수가 2.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족원 규모를 보여주는 평균 가구원 수는 1990년대에 3.77명에서 3.12명으로 10년간 0.65명이 줄었다. 
2000년대에는 같은 기간 3.12명에서 2.69명으로 0.43명이 감소했고, 2010년대에는 2.69명에서 2.40명으로 0.29명이 줄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 수가 1.37명 줄어든 것이다.
 
이는 가구원 수별 가구 분포에도 반영돼 있다. 

1990년대에 22.8%에 그쳤던 1-2인 가구 비중은 지난 30년간 크게 늘어 58.3%를 차지했다. 
전체 10 가구 중 6 가구가 1-2인 가구다. 
반면 5인 이상 가족 비중은 1990년 28.6%에서 2020년 4.9%로 뚝 떨어졌다.
 
1인 가구수는 특히 지난 30년간 6배나 늘었다. 

1인 가구 증가 속도만큼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의 만혼화 현상이 더 급격히 진행됐는데, 1970년대생 여성의 미혼율이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혼 연령의 상승과 만혼화 현상으로 여성의 가임 기간은 더욱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늦게 결혼하면 아이를 늦게 낳게 되고, 늦은 출산은 조기에 출산을 종료하게 한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여성이 늘면서 맞벌이 가구 비율도 동반 상승했다. 

맞벌이 가구 비율은 1991년 32.1%에서 꾸준히 올라 2018년 55.7%를 기록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만 비율이 잠시 주춤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맞벌이 가구일 가능성이 컸는데, 이는 출산·육아 기간 경력이 잠시 단절됐다가 다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일반적인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대 연령층은 전체 관찰 기간 동안 홑벌이가 맞벌이 보다 늘 더 많았지만, 30대 연령층은 2009~2015년에는 홑벌이 가구가 더 많았고 2018년엔 맞벌이 가구가 더 많아졌다. 
 

40대 연령층은 1991년에는 홀벌이 가구가 더 많았지만, 1994년부터 계속 맞벌이 가구가 더 많았다.  

보사연은 "40대 연령층은 출산을 끝내고 다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추세가 점차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자녀 수와 맞벌이 간 상관성도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자녀가 없거나 아예 많은 경우(3명 이상)에 맞벌이 가구일 가능성이 높았는데, 최근 들어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지고 오히려 자녀가 적을수록 맞벌이 가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성의 가사. 양육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혼 남성의 가사. 양육노동 참여가 미미해 여성이 이중 부담을 겪고 있고, 이러한 상황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직장이냐 아이냐’를 선택받고 있고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2012년 무상보육이 시행되기 전에는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둔 여성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기존 연구를 인용해 "이러한 상황은 일하는 여성의 가족의 경우 아동 양육에 조부모의 돌봄 지원이 가능하다면 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경제 활동을 하는 여성들은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고 조부모 등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오전 9시~오후 6시에 만 0~5세 아동의 돌봄 형태를 조사한 결과 친조부모(또는 외가)가 돌봐주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0세 기준 2000년에 9.1%였던 조부모 돌봄 비율은 2010년 14.4%까지 올랐다가 2015년 12%로 두 자릿수를 차지했다. 
부모가 통상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하는 만 1세 때는 조부모의 돌봄 비중이 2000년 11.2%에서 2010년 14.8%로 꾸준히 늘었으나 무상보육이 실시된 이후 소폭 줄어 13.3%를 기록했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에 가족의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가족 내 돌봄 비율이 높다는 분석도 의미 심장하다.


맞벌이 가정에 조부모의 육아 도움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 여성이 일을 하려면 다른 여성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친정이나 시댁, 베이비시터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 같은 '황혼육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맞벌이 가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연구에서는 손주의 탄생이 할머니의 조기 은퇴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정어머니 혹은 시어머니가 근처에 살 때(출퇴근 가능 거리)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4~10% 포인트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조부모의 도움이 맞벌이 가정에는 일·가정 양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이 때문에 친정이나 시댁 근처에 신혼집을 구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정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인 부모가 거주하는 곳에 신혼부부가 터전을 잡으려면 집값 문턱이 높다.
반대로 신혼부부가 터전을 잡은 곳에 그들의 부모 집을 공급한다면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  

직장 출퇴근 시간과 어린이집·유치원 등하원 시간 사이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근처에 사는 조부모가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 자녀는 부모의 근처에 살면서 부모의 정서적·육체적 건강을 챙길 수도 있다.
 
조부모가 사는 건물에 유치원·보육시설과 노인센터뿐 아니라 병원과 약국, 긴급치료센터, 푸드코트가 모두 있다면 손주를 돌보는 데 드는 육체적 부담이 확 줄어든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체했을 때 한 건물 안에서 유치원 하원과 병원 진료까지 한 번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정은 사실상 모든 생활이 부모님 댁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삼대가 이렇게 '따로 또 같이' 어울리는 방법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세대 공존형 아파트는 주거 형태를 통해 자녀 양육과 부모 돌봄을 해결하고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삼대가 '따로 또 같이' 사는 주거 형태는 공공보다는 민간 주도가 효율성이 높고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재건축할 때 약 20%를 노령 친화 주택으로 짓고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각 세대가 공존할 수 있도록 지을 경우 용적률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준다면 저절로 세대 공존형 주거 형태가 늘어나 육아 양육의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이 저출산율을 줄이고 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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