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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30. 2024

맥도널드의 탄생

자동차의 발달은 도시를 벗어난 교외 생활을 가능케 했으며, 역으로 교외 생활은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의 호황을 가져와 전후 미국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1950년대에 햄버거를 앞세운 패스트푸드 체인의 탄생은 바로 그런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었다.
 
딕과 모리스 맥도널드 형제가 1937년 캘리포니아에 문을 연 햄버거 가게 '맥도널드'의 가맹점 사업권을 사들인 레이 크록은 1955년 4월 15일 시카고 교외에 자신의 가게를 연 뒤 전국 체인화를 추진했다.

그는 쇠고기의 크기에서부터 화장실 청소에 이르기까지 5만여 개의 업무 표준화 기준을 만들었다.

3년 만에 가맹점은 97개로 늘어났다.  
가맹점이 매년 100개씩 증가하자 크록은 자신감을 갖고 빚을 내어 그간 사실상 동업을 해온 맥도널드 형제의 모든 사업을 1961년 270만 달러에 인수했다.


빠른 속도, 많은 양, 저렴한 가격의 원리는 이미 맥도널드 형제가 '발명' 한 것이었다.
크록이 한 일은 그 원리를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동시에 프랜차이즈화 방식을 독특하게 시도한 일이었다.  

그는 한 번에 하나의 가맹권만을 허용하고 특정 개인에게 하나 이상의 가맹권은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중앙의 통제를 극대화하면서 전 조직을 일체화했다.
또 그는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과는 달리 가맹비를 최소화하면서 가맹점의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해 애씀으로써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유지했다.   


크록은 1960년대 초 회사 비행기로 미국 전역을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맥도널드 매장을 세울 곳을 물색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교회 근처에 레스토랑의 위치를 정했다.

맥도널드 레스토랑과 근처 교회의 순수하고 건전한 이미지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고 계산한 것이다.  

일찌감치 주요한 시장 고객으로 교회에 다니는 교외 가족들을 목표로 삼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사회학 교수 조지 리처가 쓴 <맥도널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를 미국의 200여 대학에서 교재로 쓸 정도로 맥도널드는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맥도널드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선 맥도널드에 관한 책이 아니다.
막스 베버의 합리화이론을 근거로 이 세상의 작동 방식을 탐구한 책이다.
 
리처는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 사회와 그 밖의 세계의 더욱더 많은 부문들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과 그것이 초래하는 비인간화를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라고 부른다.  


맥도널드 모델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왜 그럴까?  

리처는 맥도널드가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 가능성, 그리고 통제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맥도널드로 식사를 대신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업주의 입장에선 고객들에게 무보수 노동까지 시키니 얼마나 효율적이겠는가!

판매되는 제품과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적인 측면은 물론 고객의 이용 시간까지 모두 계산 가능하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또 맥도널드의 제품과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동일할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며, 이는 고객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맥도널드는 고객이 가능한 한 빨리 먹고 나가게끔 모든 게 고안돼 있으며(특히 그 불편한 의자를 보라!) 종업원에 대한 통제는 이윽고 인력을 무인기술로 대체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이 또한 업소의 이윤을 높여주고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가 한결같다는 편안함을 주는 데에 기여한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빵 하나 사기 위해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곤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맥도널드의 출현을 '신의 축복'으로까지 찬양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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