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
자발라위가 소유한 땅에 집들이 마주 보며 두 줄로 나란히 들어서면서 우리 동네는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른쪽 줄 맨 앞에는 중세 시대 영주나 다름없는 관재인의 집이, 맞은편 왼쪽 줄 맨 앞에는 동네 폭력배나 다름없는 수장 두목의 집이 있었다.
자끌루트는 두목이 될 때까지 수장들과 한 명씩 싸워 모두를 이기고 동네 전체의 수장 두목이 되었다.
그는 모든 수장에게도 세를 부과해 돈을 거뒀다.
관재인 아판디는 자신의 명령을 이행하고 위협적인 요인들로부터 자신을 지켜 줄 사람으로 그가 필요하다고 여겨 부동산에서 들어오는 수익의 상당액을 떼어 내 그에게 급료를 주었다.
자끌루트가 관재인의 집 맞은편에 살게 되면서 그의 세력은 견고해졌다.
수장들은 편하고 풍요롭게 살았다.
수장 두목은 그들 위에 군림하고 관재인은 모든 사람 위에 군림했다.
주민들은 모두 그들의 발 밑에 짓밟혀 지냈다.
만약 마을에 한 사람이 돈을 내지 못하면 수장은 그가 사는 구역 전체에 보복을 가했다.
만약 그런 일에 대해 두목에게 투덜대기라도 하면 두목이 직접 그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 지역 수장에게 다시 넘겨 흠씬 두들겨 맞게 했다.
누군가 대담하게 관재인에게 불평이라도 하면 불평한 사람은 관재인, 두목, 그리고 수장에게 순서 대로 얻어맞았다.
이십 년 전, 관재인의 아내 후다는 빗물이 가득 찬 웅덩이에서 목욕을 하는 발가벗은 아이를 보고 그 모습에 반했다.
모성애를 꿈꿀 수 없는 불임이어서 아이가 없던 터라 그 아이에게 강하게 끌렸다.
후다는 뒷조사를 해서 그 아이가 닭을 파는 여자가 보살피는 고아란 사실을 알고 데려와 자신의 집에서 아들처럼 키웠다.
그리하여 자발은 관재인의 집에서 자라게 되었다.
자발은 관재인의 보호를 받으며 호사를 누렸고 후다는 어머니로서 그를 극진히 보살폈다.
성인이 되자 관재인 아판디는 그에게 부동산 관리를 맡겼고 자발은 가는 곳마다 감탄과 존경을 받았다.
자발은 후암이 살해당했다고 전해지는 바위 아래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고요하고 구름은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았고 솔개 한 마리가 날개를 치며 날아갔다.
갑자기 가까이에서 탁하고 쉰 외침 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춰 쌍놈의 새끼!”
자발은 목소리가 들리는 남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 공포에 떨며 미친 듯이 달려오고 그 뒤를 쫓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도망가는 사람은 다아비스이고 쫓는 사람은 함단 구역의 수장 끼드라였다.
“독사 같은 놈, 어떻게 감히 집을 빠져나와?
무사히 살아 돌아가지 못할 거야.” 끼드라는 가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끼드라, 나를 놓아주게.
자네가 우리 구역 수장이니 우리를 보호해야 하지 않나?” 다아비스가 머리를 팔로 감싸고 큰소리로 외쳤다.
“괘씸한 놈, 너도 알잖아.
자끌루트가 아니면 나는 그 어떤 것들로부터도 너희를 보호해 준다는 것을 말야.”
다아비스가 자발을 알아보고 그에게 외쳤다.
“도와줘 자발. 나를 도와줘.
그쪽 사람이 되기 전에 너는 우리 쪽 사람이었잖아.”
자발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 곁으로 다가가 걸음을 멈췄다.
“그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세요, 끼드라 씨.” 그는 조용히 말했다.
끼드라는 다아비스의 어깨를 잡은 손을 떼고서 강한 힘으로 다아비스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리고 무릎으로 엉덩이를 치자 그는 코를 박고 엎어졌다.
곧 그는 다아비스를 타고 앉아 주먹질을 해댔다.
자발은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아 소리쳤다.
“그를 놓아줘, 이 파렴치한 놈아!”
끼드라는 다아비스를 때리다 말고 놀란 얼굴로 자발을 올려다보았다.
“자발, 너 말 다했어?
너, 관재인께서 자끌루트에게 함단 구역 사람들을 손봐 주리고 명령하실 때 그 자리에 없었나?”
자발은 더욱더 화가 났다.
“그를 놓아줘 이 저주받을 놈아!”
끼드라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관재인 댁에서 일한다고 나에게 뭘 기대하나 본데, 내가 너를 봐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자발은 제정신이 아닌 듯 그에게 달려들어 옆구리에 발길질을 했고, 끼드라는 땅에서 몽둥이를 주워 들고 벌떡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자발이 더 빨리 그의 몽둥이를 빼앗고 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끼드라가 두 걸음 물러서더니 재빨리 몸을 숙이고 돌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돌을 던지기 전에 자발이 몽둥이로 그의 머리를 세차게 내려쳤다.
그는 머리를 박고 쓰러졌고 이마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다.
그 사이 어둠이 짙게 깔렸다.
자발이 주위를 살펴보자 다바이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자발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말했다.
“너는 진짜 나의 형제야, 자발!”
다아비스가 쓰러진 끼드라의 얼굴에 침을 뱉고 조심스레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그에게서 정신이 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아비스가 상체를 숙이고 심장 소리를 들어 본 후 얼굴 가까이하고 성냥에 불을 붙였다.
그다음 일어나서 속삭였다.
“죽었어.”
그들은 시체를 들어 구덩이에 눕혔다.
자발이 그의 옆에 몽둥이를 놓은 뒤 그 위를 흙으로 덮었다.
자발이 고개를 들자 한 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되었다.
그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며 한숨을 토해 냈다.
자발은 후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함단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하기 위해 관재인의 집을 나왔다.
고요한 밤 그는 희미한 별빛에 의지해 힌드와 끼드리의 바위를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 다다랐을 때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꼬박 밤을 새운 탓에 졸음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모래 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뜬 그는 공동 수돗가에서 왁자그르르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용기에 물을 채우려고 운집한 사람들 가운데 파묻혀 있던 두 소녀를 보았고 그의 눈길은 키 작은 소녀를 지나 검은 눈을 가진 다른 소녀에게 쏠렸다.
그들이 다가오자 그는 그 둘이 자매임을 알 수 있었고 둘 중 외모가 단정한 소녀에게 끌렸다.
자발은 그녀들 앞에 서서 정중하게 말했다.
“내가 양동이를 채워 주지.”
“우리는 당신의 도움 따윈 필요 없어요.” 자발이 반한 소녀가 얼굴을 그에게 돌리며 말했다.
그러나 키 작은 소녀가 대담하게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발은 양동이를 들고 수도꼭지로 다가가 물장수에게 얼마의 돈을 지불하고 물을 채워 소녀들에게 돌아왔다.
그때 남자아이들이 소녀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자 자발은 그의 가슴을 한 대 쳐서 넘어뜨렸다.
무리의 아이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썩 꺼져, 이 나쁜 놈들아!”라는 천둥 같은 목소리가 들렸고 땅딸막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발끼티다!”라고 외치며 쏜살같이 흩어졌다.
두 소녀는 반색하며 그 남자에게 달려갔다.
“자네가 악동들을 쫓아 버렸네.
감히 발끼티의 딸들을 괴롭히다니!
술 때문이야!
어린 녀석들이 술 취한 것을 알았나?
나는 발끼티야.
뱀을 부리는 사람이지.
자네는 이 근처 출신이 아니군.”
“영광입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당신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가 어디인가?”
“자발라위입니다.”
“아 반갑네.
나도 알지. 땅 주인 자발라위나 수장 두목 자끌루트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미스터...?”
“자발입니다.”
“여보게. 자네가 살인자라 해도 특별히 걱정할 것은 없네.
자네가 신사라는 사실은 입증되었으니.
자네가 나를 믿어 준다면 나의 집에 초대해 커피와 담배를 권하고 싶네.”
“좋습니다. 영광입니다.”
“우리 동네에 아는 사람은 있나? ”
“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원한다면 마땅한 곳이 나타날 때까지 내 손님이 되어 주게.”
“정말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발끼티씨!”
“그렇게 감탄할 것까지는 없네.
우리 집에는 뱀이 우글거리네. 그러니 어찌 사람이 견뎌 낼 수 있겠나?
내 말에 놀랐나? 내가 뱀 부리는 사람이니, 자네는 내 곁에서 뱀을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될 걸세.”
발끼티는 집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보이는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방이 딸들 방이네.
애들 엄마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지.
재혼하기 너무 늙은 나를 두고 떠났어.”
그러고는 왼쪽 방을 가리키며 “우리가 여기서 함께 잘 걸세.”라고 말했다.
키 작은 소녀의 목소리가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 위에서 들려왔다.
“사피까, 씻는 것 좀 도와줘. 장승처럼 서 있지 말고.”
그녀의 이름은 사피까였다.
“여기서 아르신과 함께 살게 되다니 정말 기쁩니다.”
발끼티는 웃으며 자신의 다리를 주물렀다.
“선생님 저는 예상하신 대로 살인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네는 용감한 남자야.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자네가 정직하게 말했으니 나도 정직하게 말하겠네. 나도 자발라위 동네에서 왔어.”
“선생님도요.”
“그래 수장들이 하도 못살게 굴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어릴 때 도망쳐 나왔지.”
“어느 구역에서 오셨어요?”
“자네와 같은 함단일세.” 그런 뒤 그는 마음을 끄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이 시각 이후 자네의 장래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내가 보기에 자네는 뱀 마술사가 될 소질이 있네.
아무튼 그 수장 두목과 졸개들이 이 마을에는 나타나지 않네.”
“저 자발은 당신의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자네가 언제 그 말을 꺼낼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네.
다행스럽게도 사이다가 죽은 제 엄마를 닮아 미모가 출중하네.”
그러자 자발의 입가에서 기쁨이 사라졌다.
그는 그의 꿈이 사라질까 겁이 나 중얼거렸다.
“하지만…”
“하지만 자네는 사피까를 원한단 말이지.
자네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이런 게 뱀 마술사들이 합의를 이끌어 낼 때 써먹는 수법이야.” 발끼티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날 아침 사이다는 동생의 결혼을 알리는 아랍 여인 특유의 환호성을 올렸다.
이제 그는 마을 지리를 훤히 알았고 뱀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아이들 앞에서 마술을 보여주었고 성공과 두둑한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에게는 아빠가 된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많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마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그는 시선을 돌리다 자신 앞에 있는 다아비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놀라서 자발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자발은 그의 시선을 피했고 아이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마술 쇼를 끝냈다.
그가 가방을 들고나가자 곧바로 다아비스가 소리를 지르며 좇아왔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향해 돌아섰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나요, 다아비스?”
“자발이 뱀 마술사라니?
언제 배웠나? 어디에서?” 다아비스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언덕의 그늘진 곳에 앉았다.
그곳에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과 멀리 보이는 양치기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는 아무도 끼드라나 끼드라의 살인범에 대해 묻지 않아.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어.
우리 동네에는 카페도 없고 자존심도 없어.
사람들은 집안에서 꼭꼭 숨어서 지내.
수장에게 발견되면 그 즉시 얻어 맞거나 침 세례를 받거든.
요즈음 그놈들한테 우리는 먼지만도 못한 존재야.
자네 이렇게 고향을 떠난 건 행운인 줄 알게.”
다아비스는 그동안 함단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이야기했다.
“누가 학대와 수모를 당했는지 말씀해 보세요.”자발이 단호히 말했다.
“우리 중 열 명이 살해됐어.” 다아비스는 돌을 집어 땅에 내던지면서 말했다.
자발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고 슬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도망친 후 누려 온 평온한 순간들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자정 무렵이었다.
사막 쪽에서 유령처럼 두 사람이 홀연히 나타났다.
두 사람은 저택 담을 지나 함단 구역으로 들어섰다.
그 구역 한가운데 있는 집에 이르자 그중 한 사람이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함단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누가 문을 두드렸는지 알아보려고 등잔불을 들어 올리다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자발!”
그가 옆으로 비켜서자 자발이 큰 꾸러미를 들고 들어섰다.
그의 아내가 또 다른 꾸러미를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았다.
자발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온 동네에 퍼지자 그곳의 남자들이 다아비스, 이트리스, 둘마, 알리 파와니스, 이야기꾼 리드완, 압둔에 이끌려 몰려왔다.
그들은 자발과 따뜻한 악수를 나누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자발을 바라보았다.
“자발, 모욕을 참을 수 없을 텐데, 왜 돌아왔나?” 이야기꾼 리드완이 물었다.
“내가 자네들에게 누차 말했지.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 우리를 증오하는 이방인들 주위를 맴돌며 어슬렁거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함단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여러분께 알리기 위해 왔습니다.
모드들 의아하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부터 추위와 어둠을 무릅쓰고 혼자서라도 걸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어요.
하루는 집에서 나와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우리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와 있더군요.
한 번도 동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들의 눈이 흥미진진한 기색을 띠었다. 자발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계속 헤맸어요.
유령 같은 거대한 형체와 부딪치기 직전까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어요.
처음에는 그가 수장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산처럼 키도 몸집도 컸어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로 달아나려는 순간 ‘거기 서라 자발.’하고 말하는 기묘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서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리며 ‘누구… 누구세요?라고 물었어요”
자발이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자 좌중은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그는 기묘한 목소리로 ‘무서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할아버지 자발라위다’ 라고 말했어요,”
“자네 농담하는 거지.”
“아닙니다. 저는 정말 사실만을 말합니다. 하나도 보태지도 빼지도 않았습니다.”
“그때 혹시 뭔가에 취했던 것은 아닌가?”
“저는 한 번도 뭔가에 취해서 정신을 놓은 적 없어요.” 자발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화내지 말게, 자발. 자네가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만약 그가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왜 사람들이 그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을까?
그리고 그는 왜 후손들의 권리를 수장과 관재인의 손 안에서 쥐락펴락하게 내버려 둘까?” 함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 자, 말씨름은 그만하고 자발의 이야기를 더 들어 봅시다.” 다아비스가 끼어들었다.
“그가 ‘자빌! 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너는 억압당하는 네 친척들 때문에 너의 윤택한 삶을 버렸다.
너의 가족이 곧 나의 가족이다.
그들에겐 내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가져갈 권리가 있다.
그들이 지켜야 할 체면을 되찾고 생활은 풍족해질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제가 어둠을 환히 밝힐 정도로 흥분해서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나요?’ 하고 물었어요.
그는 ‘힘으로 억압과 맞서 이기고 너희들이 권리를 찾아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라고 대답했어요.
‘저는 강해질 겁니다!’ 그러자 그는 ‘너의 편 사람들이 성공을 이룰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자발이 말을 끝내자 일순 침묵이 흘렀고 모두가 꿈을 꾼 것처럼 넋이 나간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 모두 시선이 함단을 향했다.
“관재인에게 언제 갈 건가?
“결심이 서면 혼자 갈 겁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똘똘 뭉쳐서 같이 고생할 각오가 있으신지 알고 싶군요.”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압둔이 외쳤다.
소년이 열정이 다다비스, 아트리스, 둘마, 알리 파와니스에게로 옮겨 갔다.
관재인의 집에 커다란 뱀 한 마리가 출몰하자 뱀들이 유유히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 집의 모든 하인들이 동원되어 사방으로 달아난 뱀을 찾아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관재인과 그의 아내는 겁에 질려 뱀들이 집에서 사라졌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뱀 때문에 그 집이 쑥대밭이 된 사이 자끌루트의 집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소동이 벌어졌다.
뱀 한 마리가 자끌루트의 아들을 물고 사라졌다.
공포가 동네 사람들을 엄습했다.
집집마다 뱀을 보고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후다는 마침내 동네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문지기 핫사나인이 자발이 뱀 마술사고 뱀을 사냥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함단 구역 내 한 집에서 뱀을 쫓아냈다고 강조했다.
후다는 문지기에게 자발을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문지기가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자 관재인 아판디는 어쩔 수 없이 자발을 부르는데 동의했다.
자발이 빈 가방을 들고 와서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공손하고 자신 있는 태도로 관재인과 그의 아내 앞에 섰다.
“자발! 사람들 말로는 네가 우리 동네에서 뱀을 몰아낼 수 있다고 하더구나.” 후다가 말했다.
“예, 저는 그 방법을 배워 알고 있습니다.” 자발이 차분히 대답했다.
“집 안의 뱀을 잡으려고 너를 불렀다.”
“관재인께서도 허락하셨습니까? 자발은 아판디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 우리 집과 다른 사람들의 집도.”
“동네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때처럼 이번에도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다들 아시겠죠.”
수장들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뭣 때문에 놀라십니까?
당신들은 동네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돈을 걷고 부동산을 관리하지 않습니까?”
“작업의 대가로 무엇을 원하나?”자끌루트가 물었다
“돈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함단 구역 사람들의 명예를 존중하고 그들의 재산권을 보장해 준다는 약속을 부탁드립니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아판니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발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일을 시작해라.”
자발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뱀들을 동네에서 소탕하는 데 성공했다.
뱀들이 자발의 말에 고분고분할 때마다 나온 모두의 함성이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자끌루트는 집으로 수장들을 불러 모았고 충직한 부하들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함단 구역 사람들이 참사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자발은 이미 자신의 계획을 준비해 두었다.
함단 구역 남자들은 중간 지점에 있는 어느 집 정원에 몽둥이와 돌이 가득 든 양동이로 무장했고 여자들은 옥상으로 흩어져 있었다.
대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렸다.
그곳에 자끌루트가 저속한 손짓을 하며 조롱 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러고 나서 진두지휘하며 부하들을 이끌고 낭하로 돌진해 들어왔다.
그들이 반쯤 들어오자 바닥이 갑자기 꺼지면서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이 깊게 파인 구덩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낭하 양쪽의 창문이 열리고 함단 구역 남자들이 구덩이 주변으로 몰려가 돌을 던졌다.
동네 사람들은 처음으로 깡패들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자끌루트의 머리에서 피기 솟구쳐 나오는 것을 보았다. 욕설과 모욕적인 말만 내뱉던 그들의 목소리에서 살려 달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군중은 자발이 뱀을 소탕했듯이 수장들도 소탕했다
그들은 자발을 자발라위 동네의 지도자라고 불렀다.
자발은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일의 청사진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 관재인의 집으로 갑시다.” 그는 동네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문지기 핫사나인이 문을 열자 자발이 먼저 들어갔고 뒤를 따라 그의 일가친척들이 들어갔다.
그들은 격자 울타리가 둘러 쳐진 통로를 지나 객사로 들어갔다.
후다가 응접실 문 앞에 체념한 채 서 있었다.
아판디는 문지방에 올라서서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흰 천에 싸인 시체 같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분은 권리를 찾게 될 거요,”관재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자발에게 말했다.
“오늘 밤 나와 함께 저녁을 먹자. 이 엄마의 소원이야!” 후다가 기대에 부풀어 말했다.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지금은 자발 구역으로 불리는 함단 구역은 그날 이후 며칠간 경사스러운 일로 잔칫집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카페의 문이 다시 열렸고, 술이 도처에 흘러넘쳤고, 해시시 연기가 동네 곳곳의 방 안 자욱이 피어올랐다.
자발은 부동산에서 얻은 수익을 각 가족의 수를 세어 똑같이 돈을 나누었다.
그는 자신에게 특별대우를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다아비스는 이트리스의 해시시 소굴로 가 해시시를 피우면서 카아발하에게 도박을 하자고 권했다. 그들은 이집트식 장기를 두었다.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다아비스는 부동산에서 나온 몫을 몽땅 잃었다.
해시시에 취해 돈을 모두 잃자 다아비스는 화가 치밀었다.
카아발하가 구겨진 지폐들을 조심스럽게 펴서 안주머니에 넣으려고 손을 올리는 순산 다아비스가 한 손으로 그를 가로막으며 돈을 돌려 달라고 다른 손을 내밀었다.
“이제 이건 네 돈이 아니야.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
“내 돈! 뼈를 부러뜨리기 전에…” 다아비스는 이 말을 내뱉으며 그를 세게 때렸다.
카아발하가 그의 손을 획 뿌리치자, 다아비스는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다아비스는 카아발하의 오른쪽 눈을 검지 손가락으로 찔렀다.
카아발하는 비명을 지르고 서서 부르르 떨었다.
손바닥으로 다친 눈을 가리려는 바람에 돈이 다아비스의 장기짝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었고 그동안 다아비스는 돈을 주워서 옷 속에 넣었다.
그때 이트리스가 다가와 걱정스럽게 말했다.
“자네가 그의 눈을 멀게 했어.”
자발은 승리를 거두었던 장소에 함단 구역의 남자들에 둘러 싸여 있었다.
그의 눈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이글거렸고 어금니는 꽉 깨물고 있었다.
카아발하는 다친 눈에 붕대를 감고 그의 옆에 앉아 있었고 다아비스는 함단 앞에 앉아 자발의 분노를 묵묵히 참아내고 있었다.
자발의 얼굴이 천둥과 번개 치는 날의 하늘처럼 어두워지며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에는 운이에요. 죄를 지은 사람이 눈을 잃을 겁니다.”
자발은 미친 황소처럼 다아비스에게 달려들어 엄청난 힘을 가래 난데없이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갈겼다.
그가 쓰러지자 자발은 의식 잃은 그를 일으켜 세우고 뒤에서 두 팔로 그의 몸을 꽉 잡고서 카아발하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자, 당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세요.”
카아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거렸고, 다아비스의 입에서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내가 당신을 생매장하기 전에 얼른 오세요.”
카아발하는 다아비스에게 다가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알이 빠질 때까지 검지 손가락으로 오른쪽 눈알을 후벼 팠다.
자발은 다아비스를 그의 친구들에게 맡기고 자리를 떴다.
이 사건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충격과 큰 영향을 주었다.
자발은 전에는 사랑받는 지도자였다.
그 후 그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모두가 그가 세운 질서를 묵묵히 지키고 어기지 않았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사람들은 안정을 꾀하고 유지하여 그는 정의와 질서의 상징이 되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이 지향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