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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아이들 3

리파아

by 산내

<리파아>

샤피이는 자루 하나를 들고 앞서 걸었고, 압다와 큰 보따리를 든 리파아가 그의 뒤를 따랐다.
훤칠하고 늘씬한 몸매에 순진한 얼굴을 한 리파아는 상냥함과 친절함이 몸에 밴 매력적인 용모의 청년이었다.

그는 이땅에서는 이방인이었다.
그는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네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외딴 대저택에 눈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재인 이합의 집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 집 건너편에 동네 수장 두목인 바유미의 집이 있었다.

샤피이는 이십 년 동안 타향살이를 하다 돌아와 목공소를 열었다.


압다는 그녀의 아들 리파아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리파아 좋은 소식이야.
쿤피스의 부인 쟈키야가 나를 찾아왔어.
그녀는 나를 따뜻이 맞이하고 정말 예쁜 딸 아이샤를 소개했단다.


샤피이는 아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커피 잔을 입에 대며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자발 구역 사람 아무도 차지하지 못한 영광이다.
쿤피스의 아내와 딸이 우리 집을, 그들의 집이 얼마난 화려한지!
푹신푹신한 의자, 아름다운 양탄자, 그리고 창문과 문에 걸려 있는 커튼.”

리파이가 화를 냈다.


“그런 좋은 것들은 전부 자발 구역 수장으로서 이 구역 사람들에게 빼앗은 재물로 사들인 거잖아요!”

“누가 아니?
어느 날 재산 관리인이 된 너를 보게 될지, 아니면 관재인이 된 너의 자식을 네게 보게 될지.” 라며 샤피이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죠?
이십 년전 왜 고향을 떠나셔야만 했는지 잊으셨나요?”

리파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눈물이 날 정도로 울컥하고 우울했다.
그는 쉰 목소리로 “아버지, 저를 괴롭히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리파아가 며칠째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그가 종적을 감춘 것을 두고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발 구역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모두가 그의 부모님의 고통을 놀려댔다.


어느 날 샤피이가 허리를 구부리고 톱질을 하고 있을 때 야스미나가 그에게 소리쳤다.

“샤피이 아쩌씨… 밖을 보세요!”

그녀는 사막과 맞닿은 동네의 끝을 가리켰다.
리파아가 집으로 오고 있었다.
샤피이는 그를 향해 달려가 아들의 팔을 붙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


“리파아! 그동안 어디 있었니?
네가 없어진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니?
너의 불쌍한 엄마는 슬픔으로 거의 죽을 지경이다.”


“사는 게 울적하고 견딜 수 없어 사막으로 갔어요.
사막에 혼자 있고 싶었어요.
먹을 것을 구하러 갈 때만 사막을 벗어났어요.”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게는 활기를 되찾고 장사도 잘 되었다.
샤피이는 테이블 옆에 서서 나무를 톱질하고 리파아는 다른 한쪽 끝에서 까뀌를 잡고 못을 박기 시작했다.

테이블 아래에 있는 아교통은 수북이 쌓인 톱밥에 절반쯤 가려 있었다.
가게 안에는 진한 나무 냄새가 진동했고, 톱질 소리, 망치질 소리, 대패질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리파아는 테이블을 빙 돌아 샤피이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그의 손을 잡고 아무도 듣지 못하게 가게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리파이는 불안하고 흥분한 것처럼 보였지만 눈에는 이상야릇한 빛이 번득였다.

“아버지 저는 오늘부터 조용히 지내지 않을 거예요.”


샤피이는 짜증이 났다.

“피곤 하니?”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제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아버지에게 감출 수가 없군요.”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는 아버지에게 바싹 다가왔다.


“어제 한밤중 자와드 아저씨 댁을 나서면서 사막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엇어요.
그래서 그곳으로 갔어요.
저는 지칠 때까지 걸엇어요.
걷디보니 어느덧 대저택에 다다랐어요.
담 아래 한곳을 골라 등을 기대고 앉았지요.”


샤피이는 이야기를 계속해 보라고 눈짓했다.

“어둠 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어요.
할아버지 자발라위 목소리일지 모른다는 믿기지 않는 생각이 퍼뜩 들엇어요.”

샤피이는 놀라서 우물거리며 아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발라위의 목소리! 왜 그렇게 생각했지?”


“그 목소리는 ‘자발이 임무를 잘 이행해 그에게 만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보다 모든 게 더 나빠졌다.’ 라고 했어요.

“아마 누군가 어둠 속에 누워 있었을지도 모르지.”

“아니요. 그 목소리는 대저택에서 들려왔어요.”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니?”


“할아버지가 제 목소리를 들어셨어요.
제가 할아버지께 ‘저희들을 도와주세요’ 라고 하자,
그 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어린 놈이 늙은 할아버지더러 뭔가를 하라니 이렇게 괘심할 수가!
사랑받고 싶으면 행동으로 옮기거라.’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이렇게 약한 제가 무슨 수로 저 수장들을 물리칠 수 있나요?’
그러자 그분은 ‘나약한 자는 잠재된 자신의 힘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이고 나는 어리석은 자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말들이 정말 너와 자발라위 사이에 오갔다고 생각하는 거냐?” 샤피이가 겁에 질려 물었다.

“예, 맹세코!”


샤피이는 신음 소리를 내듯 고통스럽게 말했다. “망상은 재앙을 부른다.”

리파아는 달콤한 노래를 부르듯 기쁨에 넘쳐 빛나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 저는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됐어요.”

“네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뭐냐?”

“저는 약하지만 어리석지 않아요. 사랑받는 자식은 행동으로 실천하는 거죠!”

샤피이는 가슴이 송곳으로 찔리는 아픔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네 행동은 부끄러운 행동이 될거다.
결국 너는 파멸할 거고 파멸하면서 우리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해.”


리파아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넘쳤다.

“아드함은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간절히 바랐어요.
자발 역시 행복하고 충만힌 삶을 위해서만 재산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요구했죠.
하지만 우리는 재산이 모두에게 분배되지 않으면 아무도 이런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각자 자신의 몫을 받아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 고생도 마다하지 않죠.
그런데 재산은 없어도 그런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재산은 한갓 보잘것없는 거죠.
원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에요.
바로 이 시각부터 우리는 풍요로워질 수 있어요.”


샤피이는 가게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의심스레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쌓여 있는 일감 좀 봐라.
네 덕에 내일 어떻게 될지 알 도리가 없구나.

문 주변에 있는 장롱 거울에서 반사된 저물어 가는 석양빛에 가게 안에서 붉게 빛났다.



그날 밤 샤피이의 집으로 걱정과 근심이 옮겨 갔다.
리파아는 외출중이었다.

그들은 창문 너머로 밖을 내대 보았다.
군중 속에 사람이 들고 있는 등잔불에 수장들의 얼굴이 보였다.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자발 구역 사람들의 명예가 걸려 있다.
우리는 한 사람도 명예를 더럽히게 놔두지 않아.”


압다가 겁에 질려 남편 샤피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우리 아들의 비밀이 드러났군요!”

샤피이는 신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내 직감이 들어 맞앗어.”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압다가 그의 뒤를 따랐다.


“리파이…, 리파아! 어디 있니?”

바로 그때 리파아가 불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리파아가 붙잡혀 있으리라고 짐작했던 샤피이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아들의 팔을 잡고 압다가 서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쿤피스는 부아가 치미는지 오만 상을 찌푸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일순간 잠잠해졌다.
쿤피스는 거친 목소리로 “왜 야단들이야?”하고 물었다.
그러자 몇 사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야스미나가 우리를 망신 시켰습니다.”

“너희 가운데 증인은 말하라!” 쿤피스가 말했다.


마차꾼 자이투나가 쿤피스의 바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조금 전 그녀가 바유미의 집 뒷문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이곳까지 뒤를 쫓았습니다.
제가 그년에게 그 놈의 집에서 무엇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술에 취해 있었고 통로에까지 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어느 틈에 집으로 도망쳐서 집 안에서 꼼짝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술 취한 년이 그 집에서 무엇을 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샤피이와 압다는 마음이 놓였지만 쿤피스는 긴장했다.
쿤피스는 자신의 위신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시련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만일 그가 야스미나를 가볍게 처벌하면, 자발 구역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잃을 것이 분명했고, 성난 군중에게 그녀의 처분을 맡겼다가는 수장 두목 바유미를 화나게 할 것이 분명했다.


쿤피스의 입장이 점점 난처해졌고 분노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를 우리 동네에서 내쫓아라.”

모두 시선이 쿤피스에게 향했지만 리파아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왜 저들은 그녀를 유혹한 바유미에게 먼저 분노를 표하지 않죠?”


샤피이가 리파이에게 눈치를 줬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계속했다.

“바유미는 당신들과 똑 같은 짓을 했을 뿐이에요.”

“저년은 자발 구역 사람이라 다른 남자들을 상대해서는 안돼.” 자이투나가 미친듯이 소리쳤다.

“자, 지금부터는 쿤피스씨 말씀을 듣죠!”


격분한 쿤피스는 열화가 치밀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야스미나가 도와 달라고 소리쳤다.
전염병처럼 성이 나기 시작한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방으로 뛰어들 채세로 그곳을 쏘아보았다.

야스미나의 외침이 계속되자 리파아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리파아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샤파이를 뿌리치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야스미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간절하게 외쳤다.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그녀를 용서해 주세요.”

샤피이가 리파아를 애타게 불렀지만 모른 체하고 그는 모두에게 말햇다.

“제게는 원하는 대로 하시고 그녀를 가엾게 여겨 주세요.
도움을 청하는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에 여러분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세요?”


자이투나는 다시 “이 멍텅구리에게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그녀와 결혼하면 여러분 모두 만족하시겠어요?” 리파아가 물었다.

분노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단지 그녀가 벌을 받는 거야.” 자이투나가 말했다.


리파아는 결사적으로 덤볐다.

“벌은 제가 알아서 주겠습니다.”

쿤피스는 리파아의 제안으로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비록 리파아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에게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난처한 입장을 감추기 위해 얼굴을 더욱 찌푸렸다.


“저 아이가 우리들 앞에서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저 아이 맘대로 하게 둡시다.”

자이투나는 너무 화가 나 그만 앞이 깜깜해졌다.

“비겁해서 우리는 명예를 잃는구나.” 라고 소리쳤다.

바로 그때 쿤피스가 주먹을 날려 그의 코를 박살 냈다.

쿤피스가 자신에게 반대하는 자들에게 겁을 줌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



리파아의 부모는 모든 희망을 아들에게 걸었더랬다.
그러나 희망이 산산이 부서져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리파아가 자발 구역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한 후라 결혼 취소는 불가능했다.

리파아는 신랑 행렬없이 결혼식을 올린 최초의 청년이 되었다.


결혼식을 올린 다음날부터 리파아의 일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그는 가게에는 나가자 않았다.
그는 자발 구역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믿고 악령을 떨쳐 버리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람들은 샤피이의 아들 리파아가 머리가 이상해지더니 드디어 미친 것 같다고 수군거렸다.

사실 리파아의 인생에서 요즘처럼 행복한 날은 없었다.
새로 이사한 구역에서는 ‘리파아 선생’ 으로 불렸다.
그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해서 그렇게 불렀다.

그는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악령을 내쫓고 건강과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리파아는 자신이 고쳐 준 사람들 가운데 자키, 후사인, 알리, 카림 이렇게 네 명과 형제처럼 지냈다.
그들 역시 그를 알기 전까지 우정도 사랑도 몰랐다.

자키는 난봉꾼이었고, 후사인은 지독한 아편 중독자였고, 알리는 깡패였고, 카림은 뚜쟁이였다.
그들 모두 마음씨 고운 남자들로 변했다.


동네의 수장 두목 바유미가 자신의 집 후원 뒤에서 귀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볍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문을 열어 주었다.

정원 안으로 한 여인이 몰래 들어왔다.

바유미는 그녀를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꼭 껴안았다.
그는 그녀의 뺨과 목에 키스를 퍼붓고 해시시 한 덩이를 그녀의 무릎 위로 던졌다.


“여기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사막을 거쳐 당신의 집 뒷문에 도달할 수 있었어요.”

야스미나는 손을 옷섶으로 가져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바유미의 얼굴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고,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유미는 자비르, 한두사, 칼리드, 바티카를 그의 해시시 소굴로 불러 그들에게 목수 샤피이의 아들 리파아의 광기를 치유할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바유미가 경멸에 찬 눈길로 바티카를 바라보았다.


“그놈이 바로 네 구역에서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데 너는 어떤 위험도 감지 못 했어.
물론 너는 그 놈이 자발라위와 만났다고 주장하는 소리도 들어 본 적이 없겠지?”

“그 일은 바티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맡겨 두지요.
그러지 않으면 그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바티카가 그 미친 놈을 공격하지 않고 처리하는 일을 찾아내야 할텐데요.” 한두사가 간곡하게 당부했다.

동네는 이미 고요히 잠들어 바유미의 해시시 소굴에서 벌어진 일을 알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리파아가 집 밖으로 나가다가 길에서 바티카와 마주쳤다.

남자는 증오의 눈빛으로 리파아를 쏘아보았다.

“재주 옴 붙었네.
집으로 돌아가 꼼짝 말고 쳐박혀 있어.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의 머리통을 박살 낼 테다.”


리파아가 대꾸하려는 순간 바티카가 그를 확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 장면을 목격한 한 여자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다.
삽시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 가운데 자키, 후사인, 카림이 있었고, 곧이어 샤피이가 오고 이야기꾼 자와드가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자 바티카는 무척 당황한 듯했다.
그는 손을 높이 들어 리파아의 얼굴을 내리쳤다.
리파아는 방어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그곳은 흥문의 도가니로 변했다.

“리파아는 천진무구한 사람이라 그를 해치는 놈에게는 화가 미칠 거야!” 뒤쪽에 있던 한 남자가 소리쳤다.

바티카가 분노가 폭발해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고 소리쳤다.|
“계집애 같은 놈들! 내 본때를 보여주고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 주마!
바티카가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그의 발 밑으로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빗발처럼 날아드는 돌멩이들은 그의 목숨까지도 위협할 정도로 거셌다.
이런 일은 수장들에게 전무한 일이었다.
리파아가 갑자기 앞으로 나와 바티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사람들에게 손짓을 해 그들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우리 수장님은 잘못한 게 없습니다. 잘못은 모두 제가 했습니다.”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한마다도 하지 않았다.

“여러분! 수장님의 노여움을 사기 전에 해산하세요.”

리파아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바티카의 체면을 차리게 해 주려 한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영문을 몰라 뒤를 이어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었다.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바티카와 단둘이 남게 될까 두려워 서둘러 가 버렸다.
사람들이 떠난 그곳은 휑하니 텅 비었다.


이 사건 후 동네에는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관재인이 제일 두려워하게 된 것은 동네 사람들이 뭉치면 수장들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리파아와 그의 지지자를 모조리 없애기 위해서는 자발 구역 수장 쿤피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유미는 쿤피스에게 전령을 보냈다.

사실 쿤피스도 바티카가 겪은 일을 들은 후 리파아 측이 두려워 그를 꺼리던 차였다.
그는 관재인과 바유미가 아니라 리파아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쿤피스는 바유미의 집을 방문해 접견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 놈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돼.
그간 있었던 일들로 보아 그놈은 영향력이 있는 위험한 인물이야.”


쿤피스는 그의 말에 동의하고 “저보다 그 놈을 먼저 공격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라고 간곡히 말했다.

“우리는 사나이야. 관심사도 같고.
우리 영역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공격하지 않아.
그 놈이 지금 여기로 오고 있으니 네가 들을 수 있게 네 앞에서 그 놈을 심문하겠다.”

리파아가 밝은 얼굴로 들어와 두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네가 힘과 권위를 멸시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들었다.” 바유미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행복은 망상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는 일에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 말이 힘과 권위를 가진 자들을 멸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냐?”

그는 화를 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나리.
행복은 힘과 권위와는 다른 중요한 것입니다.” 리파아는 남자의 분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가 힘과 권위를 수중에 넣을 수 없으니까 그것들을 저주하는 게로군.
네 지위가 격상되어 그들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듣게 되는 날 너는 그들을 이용해 권력과 권위를 빼앗을 걸.” 바유비가 소리를 질렀다.


리파아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의 유일한 목표는 동네 사람들의 행복입니다.”

“교활한 새끼! 너는 사람들을 속여 그들이 병에 걸렸다고 믿게 만들고 그런 다음에는 우리 모두 병에 걸렸다고 믿게 하는가 본데.
이 동네에서 너만 빼고 모두 제정신이야.”

“당신들 앞에 있는 행복을 왜 그렇게 멀리하세요?”

“어리석은 놈들을 기만한 것처럼 우리를 기만하지 마!
내 명령을 듣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
네가 집에 와 있다는 것을 하느님께 감사해.
그렇지 안으면 너는 무사히 밖으로 못 나가.”

리파아는 절망하여 그들에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리파아는 바유미의 집을 나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자키, 알리, 후사인, 카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동석한 아내와 그들에게 바유미와 쿤피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불안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이야기를 다 들은 그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바유미의 명령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게 아니야.” 야스미나가 말했다.

“우리는 바타카와 싸워 이겼고 그 일로 바타카는 동네에서 모습을 감췄잖아.” 그들 가운데 성급한 알리가 말했다.

“싸운다는 생각은 하지 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 리파아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


야스미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과부가 된다는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과부가 된 자신을 감시의 대상으로 여겨 연인인 바유미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포기하지 않아.
우리는 동네를 떠날 거야.” 자키가 항변했다.


그때 다급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리파아와 그의 친구들은 샤피이와 압다가 아들의 안부를 묻는 것을 들었다.
리파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모님을 꼭 껴안았다.


“애야, 쿤피스가 너를 포기했단다.
네 목숨이 위태롭게 됐어.
그의 부하들이 너의 집 주위를 에워싸고 감시하고 있어.”


처음으로 카림의 가슴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는 내색하지 않고 리파아에게 말했다.

“집 밖에서 그 놈들이 죽치고 앉아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 놈들이 모르게 옥상으로 도망쳐 우리 집으로 가자.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거기서 야밤을 틈타 이 동네를 벗어나면 되겠구나.” 샤피이가 소리쳤다.


“자,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세워 보죠.
아저씨와 아줌마는 좀 더 이곳에 계시다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 가세요.
야스미나는 시장 보러 가는 것처럼 알자말리야로 갔다 돌아오면서 우리집으로 들어오고, 그게 지붕을 타고 도망치는 것보다는 쉬울 거예요.” 카림이 염려스러운 듯 말했다.


야스미나는 검정색 니깝으로 얼굴을 가리고 온몸을 검정색 밀라야로 휘감고 집을 나섰다.
연인을 향한 그리움으로 일말의 동정도 관심도 그녀의 마음에는 없었다.
그녀는 바유미의 정원에 들어설 때까지 마음을 놓자 못했다.

“그자들이 옥상을 통해 카림의 집으로 도망갔어요.
내일 새벽에 동네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거의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에? 빌어먹을 놈들!” 바유미는 경멸을 가득 담아 중얼거렸다.



그의 친구들은 밤늦도록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

카림이 “자, 이제 떠나야 해.” 라고 말했다.
야스미나는 극심한 고통에 휩싸였다.
그녀는 바유미가 약속된 시간에 늦거나 마음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알리가 앞장섰다.

리파아는 자신의 앞에 있는 그녀를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바싹 뒤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카림의 집을 빠져나와 계단을 올랐다.
야스미나는 리파아의 손에서 빠져나와 문 쪽으로 달려 갔다.
구름이 달을 스쳐 지나가자 달 표면에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꼼짝 마, 이 새끼들아!” 바유미의 목소리였다.

그의 양편에는 자비르, 칼리드. 한두사가 서 있었다.


야스미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리파아의 손에서 빠져나와 문 쪽으로 달려갔다.

곧 그들은 포위되었다.

바유미는 경멸에 찬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카림을 향해 돌아섰다.

“너, 저 놈을 너의 집에 숨겨 주고도 괜찮을 줄 알았느냐?”


바유미는 그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얼굴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던 카림은 벌떡 일어나 옆집 옥상으로 도망쳤다.
한두사는 알리를 덮쳐 그의 배를 발로 찼다.
그는 신음을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 자비르와 칼리드가 도망간 자들을 잡으려 가려 하자 바유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 놈들은 겁낼 것 없어.
그 놈들은 한 마다도 하지 않을 거야.
만일 그러면 죽여 버려야지.”


리파아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앞서 걸었다.
사막 쪽으로 들어서자 모래 때문에 걸음걸이가 무거워졌다.
리파아는 새삼스레 외톨이라 느끼면서 야스미나가 자신을 배신하고 친구들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바유미가 몽둥이로 리파아의 머리를 가격하자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발라위!”


그들은 어둠 속에서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살인자들은 동네를 향해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유령처럼 어렴풋한 모습의 네 사람이 살해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들은 탄식하며 숨죽인 채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조심스레 모래를 파헤쳤다.
시신을 모래 속에서 조심스럽게 들어내 묘지로 옮겼다.

그들이 묘지를 떠나 사막으로 향할 무렵 동쪽 하늘에 솟아오르는 햇살이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네 친구 가운데 누구 하나도 동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심적 고통과 극심한 후회와 사투를 벌이며 사막 인근에 살았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리파아의 사명을 부활시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알리의 주장처럼 그를 죽인 자를 처벌하는 것이었다.
동네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달성되기만을 바라며 지냈다.


어느 날 아침, 압다의 비명소리에 놀라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이웃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내 아들 리파아가 살해되었어요.”

이웃들은 충격을 받고 침묵했다.
그들은 눈물을 닦고 샤피이를 바라보았다.

“수장들이 그 애를 사막에서 죽였어요.”


압다가 울부짖었다.

“야스미나가 그 애를 배반하고 바유미에게 고자질했어요.” 압다가 울면서 말했다.

그들의 얼굴이 증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누군가 말했다.

“그래서 그년이 그의 곁을 떠나 바유미의 집에서 살고 있는 거로군.”



어느 날 밤 바유미가 샬둠의 카페에 가 있을 때 그의 전처의 친척들이 야스미나를 해치려고 그의 집으로 몰래 들어갔다.
그녀가 낌새를 알아차리고 사막으로 도망치자 그들은 그녀를 뒤를 쫓아왔다.

야스미나는 그들이 포기하고 더 이상 좇아오지 않는데도 마치 미친년처럼 계속해서 달렸다.


앞을 바라보자 그녀가 선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두막에서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동이 틀 때까지 몸을 숨길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그곳을 향해 걸었다.

그녀는 오두막 주인을 부르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오두막에 사는 사람들은 뜻밖에도 남편의 사랑하는 친구들인 알리, 후사인, 자키, 그리고 카림이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장승처럼 서서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혐오스러운 듯 그녀를 째려보았다.
특히 알리의 두 눈에서는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차가운 혐오감이 느껴졌다.

“너는 너의 주인 바유미에게로 도망쳤지.” 알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니야 나를 가게 해 줘. 나는 죄가 없어.”

“너는 땅속으로 가게 될 거야.” 알리가 그녀에게 소리질렀다.


그녀는 도망치려 했지만 알리가 달려들어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는 그녀의 목에 힘을 가했다.
그는 마음속에서 갈등했던 분노와 증오와 고통과 통한을 풀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녀는 그의 팔뚝을 꼭 잡고 차기도 하며 자신의 머리를 흔들어 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그녀는 힘이 다 빠져 눈알이 뛰어나오고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다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놓자 그녀는 시체가 되어 땅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야스미나의 시체가 바유미의 집 대문 앞에서 발견되었다.

소문은 모래바람의 흙먼지처럼 퍼져 나갔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바유미의 집 대문이 열리고 그가 미친 황소처럼 달려 나와 닥치는 대로 몽둥이를 휘둘러 사람들은 모두 겁을 먹고 달아났다.
사람들은 집이나 카페로 숨어들었다.


수장 한두사가 의아하게 사려진 후 그곳에서는 더는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훼손된 그의 시체가 어느 날 아침 관재인 이합의 집 앞에서 발견되었다.

바유미의 집이 그랬던 것처럼 관재인의 집도 시체로 발칵 뒤집혔다.


동네 사람들은 한동안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리파아나 그의 친구들과 관계가 있거나 있음직해 보이는 사람은 누구든 심한 공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숨죽이고 자신의 집에서 꼼짝하지 않거나 동네를 떠났다.


동네는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곳곳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상한 것은 이런 일들이 결코 끝날 줄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칼리드가 동트기 직전 바유미의 집을 나서다 살해당했다.
폭력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동트기 전 불이 나 동네 전체가 잠에서 깨어났다.
화마는 자비르의 집을 삼키고 그의 가족들까지 죽였다.


“리파아의 광신자들이 빈대처럼 확산되고 있어.
하느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데 그 놈들 자신들의 집에서 죽게 될 거야.”바유미가 절규했다.

밤에 공격을 받게 될 집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미친듯이 막대기, 의자, 솥뚜껑, 칼, 벽돌 등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와 무리를 이루었다.
바유미는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공격하기로 작정하고 몽둥이를 높이 치켜세우고 부하들에 둘러싸여 집 밖으로 나왔다.


알리가 건장한 청년들과 함께 반기를 든 시위자들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유미가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쌓여 있던 벽돌 조각들을 던지라고 명령을 내렸다.
조각들은 마치 메뚜기 떼처럼 새까맣게 바유미와 그의 부하들에게 날아가 떨어졌다.


그들에게서 피가 솟구쳤다.
공격을 받은 바유미는 야수처럼 소리지르며 미친 놈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그런 그가 정수리를 돌로 맞고 일순 멈칫했다.
그리고 비틀거리다 얼굴에는 온통 피범벅으로 거꾸러졌다.
그의 부하들은 삽시간에 달아났다.


성난 사람들이 부수고 박살내는 소리가 관재인의 집 안까지 들렸다.
나머지 수장들과 그 부하들도 가차없이 공격을 받았고 그들의 집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위험이 도사라고 혼돈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관재인은 알리를 찾았고 그의 부름을 받은 알리가 당도했다.


그들의 회동은 새로운 약속을 닣았다.
리파아 구역이 자발 구역과 같은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구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알리는 리파아 구역의 부동산을 관리 감독하는 책임자가 되었다.
그는 부동산에서 거둔 수익을 형평의 법칙에 따라 고루 나누어 주었다.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 동네를 등졌던 사람들이 모두 새롭게 탈바꿈한 동네로 다시 돌아왔다.

사람들은 안락한 생활을 더없이 기뻐하며 즐거운 삶을 누렸다.
그들은 자신감에 차 확실하게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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